은행권, ELT 편입 특정금전신탁 잔액 급증…中 증시 급락으로 ELS 빨간불
금융당국 "은행 ELT 판매 과도한 수준"‥일각에선 규제안 나올까 '촉각'

동양사태 당시 불완전판매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특정금전신탁이 대규모의 주가연계증권(ELS) 편입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동양사태는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이 그룹 계열사 자금 지원을 위해 고객 동의없이 계열사 회사채를 특정금전신탁에 대거 편입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사건을 말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올들어 가파르게 늘고 있는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점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은행이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판매하는 ELT(주가연계신탁)가 과도한 수준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은 매달 몇조원대의 ELT 판매고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은행의 신탁 판매 상황에 대해 현황 점검을 실시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3일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과의 간담회(금요회)에서 “ELS 같은 금융투자상품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리스크에 대해서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은 ELS 판매가 불가능하지만 ELS와 유사한 ELF(ELS 펀드)나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ELT를 판매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5년 3월말 기준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297조6354억원으로 올들어 3개월 사이에 24조원이나 늘었다. 2014년말 기준 잔액은 273조원이었다. 올해 2분기(4~6월) 잔액 증가 속도는 1분기 보다 더 빠를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의 ELT 판매가 급증한 이유는 저금리 기조 장기국면에서 ELS가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짭짤한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어 ELS 관련 상품 판매에 적극적이다.

최근에 특정금전신탁에 주로 편입되는 상품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손실이 나지 않았던 지수형 ELS다. 지수형 ELS란 코스피200, HSCEI, 유로스톡스50, S&P500 등 기초지수가 50% 이상 급락하지 않으면 연 7~10%의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ELS 발행 규모는 파생결합증권(DLS)을 제외하더라도 47조3453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4년 상반기 27조6177억원보다 71.4%나 급증한 수치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처럼 ELS 규모가 늘어난 이유로 저금리를 꼽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증권 등 타 금융권에서 중위험중수익을 팔고 있는데 은행은 예금금리가 연 2%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경쟁하기가 힘들다”면서 “ELT 판매가 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ELS 판매 규모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 눈여겨 보고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ELS라는 이유만으로 증권사가 감시 대상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은행의 신탁을 더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은행 신탁은 은행이 취급한다는 이유만으로 고객들이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ELT나 ELS, ELF 모두 형태만 다를 뿐 리스크 요인은 모두 같다. 최근에는 중국 및 홍콩 지수가 우려 요인이다. ELS 기초자산으로 널리 활용되는 홍콩의 HSCEI는 지난 5월 26일 1만4962.74포인트에서 전날(7일) 1만1827.30포인트로 21%나 급락했다. 올들어 출시된 ELS 상품의 상당수는 HSCEI 급락으로 인해 평가손이 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LS는 수익은 제한돼 있지만 기초지수가 급락할 경우 손실은 50% 이상 입을 수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만약 ELS나 ELT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면 불완전판매 문제 제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은행들에 상품 설명을 충실히 해달라고 주문하고만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과열된 ELS 판매와 관련, 규제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금감원은 ELS와 관련한 투자자보호 방안 등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당장 (ELS 관련) 검사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특정금전신탁은 신탁사나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고객의 자금을 미리 지정된 운용 방법이나 조건에 따라 운용한 뒤 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원칙적으로는 주식이나 채권,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신탁이라는 단어 뜻대로 믿고 맡기는 구조다. 그러나 2013년 동양사태 발생 이후 회사채 투자는 제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