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의 투자자나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을 받기 어려운 벤처기업들이 온라인상에서 투자자들로부터 기업 지분이나 사업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법이 발의된 지 2년 만인 지난 6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창업 초기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GE캐피탈코리아대표를 지낸 홍병철 레드헤링 대표는 "벤처캐피털리스트를 만나 투자받는 것이 어려운 창업 벤처에 '대중'이라는 거대한 자금조달 창구가 새로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7억원까지 투자받을 수 있다

현재는 크라우드펀딩업체들이 자본금 30억원 이상을 갖추고 '투자중개업자'로 등록해서 영업을 하는데, 앞으로는 자본금을 5억원만 마련하면 되고,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하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온라인 크라우드펀딩업체가 중개하는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연간 7억원까지 투자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30여개의 크라우드펀딩업체가 있다.

자금조달의 발목을 잡던 장애물인 49인 이하의 투자인원 제한 규제도 철폐됐다. 일반 투자자는 연간 투자한도가 500만원이지만,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연간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고, 연기금·금융기관 등 기관투자자들은 무제한 투자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업체인 '오픈 트레이드' 고용기 대표는 "투자자 숫자 제한이 풀리면서 투자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벤처기업 4000여개사가 순차적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되면 창업 초기 벤처기업들이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털이 공급한 투자금 중 70%가량은 창업 3년 이상 기업에 공급되고, 창업 1~2년 기업에 공급된 자금은 전체의 30% 선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창업 초기 벤처기업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대출금(업체당 평균 대출액 5000만~1억원 선)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투자자·대주주 지분 1년간 매각 금지 등 투자보호책도 마련

그동안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업체(기업 프로젝트 등에 기부하거나 투자 후 물품으로 보상)들은 통신판매업자로 등록해 사업을 해 왔다. 이들은 전자상거래법상 온라인상 거래에서 현금이나 유가증권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투자자들이 A기업의 스마트워치를 제작하는 크라우드펀딩업체에 투자했다면, 스마트워치 같은 현물로밖에 보상을 못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업체들이 온라인소액투자업체로 등록하면,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대가를 현금이나 이자, 배당으로 받을 수 있다.

벤처기업 프로젝트 크라우드펀딩업체인 와디즈 신혜성 대표는 "그동안엔 100만~2000만원 단위의 디자인·도서·행사 프로젝트를 중개해왔지만, 앞으로 조달자금이 7억원까지 늘어나면 규모가 큰 제조업·IT분야의 대형 기술개발 프로젝트도 중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없었던 투자자보호 장치도 생겼다. 투자시점부터 투자자 간의 지분 매각을 1년간 제한하고, 투자받는 벤처기업 대주주의 지분 매각도 1년간 제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주주가 투자자를 유인하고 보유한 물량을 대량으로 판매하고 빠지는 '먹튀'를 예방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의 재산도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가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은행이나 증권회사에 예치 또는 신탁하도록 했다.

다만 1인당 투자한도가 적은 점, 대출형 P2P업체가 이번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향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크라우드펀딩 법안은 오는 10월 금융위원회가 시행령을 마련한 뒤,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크라우드 펀딩

개인·기업으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십시일반 모집해 벤처기업의 지분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제도권 금융사나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을 받기 어려운 벤처기업이 주로 이용하며 목표액과 모금 기간이 정해져 있다. 투자받은 벤처기업이 인수합병이나 상장, 사업 프로젝트에서 돈을 벌면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