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영종도~안산 시화호~충남 태안항으로 이어지는 경기만(灣) 일대 바다를 메워 생긴 3340㎢(약 10억평)의 간척지에 이른바 '기가 시티'(Giga City)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개토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이 실현되면 향후 30년에 걸쳐 1100조원이 넘는 개발 이익이 생기고, 이를 제2의 국민연금으로 활용해 미래 세대를 위한 복지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연구원과 세종대 국가전략연구소는 7일 개최한 제13회 세종라운드 테이블에서 이 같은 구상이 담긴 '광개토 프로젝트를 통한 국가 개조 전략'을 발표했다. 주명건 세종연구원 이사장은 "한국은 2050년이면 인구 절벽에 부닥쳐 제조업 중심의 성장 방식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경기만 간척을 통해 세계 최대 항만과 공항을 갖추고 동북아 물류와 첨단 산업 허브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5.5배 규모 가용 토지 늘어나"

광개토 프로젝트가 간척 대상지로 꼽은 지역은 경기만 일대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인접하고 중국 진출에도 유리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명채 세종대 교수는 "수심이 1~5m로 얕아 간척 사업이 쉽고 공사비도 적게 든다"면서 "인근 인천공항과 인천항, 아산만 지역이 물류 중심지라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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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 면적은 3340㎢로, 우리나라 전체 도시 면적(1만7953㎢)의 20%에 육박하는 가용 토지가 새로 생기게 된다. 새만금(401㎢)은 물론이고 서울시 전체 면적(605㎢)과 비교해도 5.5배 수준이다. 유럽의 룩셈부르크(2586㎢)나 홍콩(1104㎢)보다 넓다.

간척지에는 가칭 '뉴서울항'과 '세종국제공항'을 만들고 총 연장 400㎞에 이르는 방조제에는 원전 24기와 맞먹는 초대형 풍력발전단지(10MW급 2400기)가 들어선다. 또 금융과 물류 중심의 국제평화도시인 '광개토시'를 건설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곳과 서울, 세종시를 시속 500㎞의 자기부상열차로 연결하면 인구 3000만명을 20분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다. 중국 베이징이나 홍콩, 일본 도쿄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갈로폴리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총 개발 기간은 30년으로 잡았다. 향후 5년간 국민적 합의와 타당성 연구를 거친 뒤 2021년부터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공사비는 총 90조원이 필요하지만 간척사업으로 조성한 토지를 분양하면 공사비를 빼고도 약 1100조원의 개발 이익이 예상된다. 주명건 이사장은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연금펀드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광개토 프로젝트에서 생기는 이익을 ‘제2국민연금’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공사는 경부운하 준설토 활용

광개토 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은 경부운하 건설이다. 경부 운하 프로젝트는 한강 상류인 산곡수중보를 시작으로 남한강 팔당댐, 충주 조정지댐, 영강댐을 거쳐 낙동강 하구언을 잇는 총 길이 495㎞의 운하를 건설해 1만t급 바지선이 다닐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한반도대운하 사업으로 추진했지만, 환경 논란이 제기되면서 4대강 보(洑) 건설과 강바닥 준설 등으로 사업이 축소됐다.

경부운하는 수심 6m 이상의 적정 수심 확보를 위해 강바닥 준설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준설토 21억㎥를 경기만 매립 공사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세종연구원의 판단이다.

이희찬 세종대 교수는 “경부운하 건설로 연간 교통혼잡비용 37조원, 화물 수송비 30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준설을 통해 물그릇이 커지면 치수 능력 확충과 새로운 관광 레저 상품 개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김종원 국토연구원 박사는 “파격적인 국가 개조 전략에 놀랐다”며 “국민적 컨센서스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사업 실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만금 사업도 20년 이상 끌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면서 “서해안은 연약 지반이어서 공사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