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복지잔치 파산한 그리스 "긴축 수용 못해".
긴축안 차버린 그리스…유로존 금갔다.
그리스 국민들 '긴축 거부'…불안을 누른 분노.
운명의 48시간…커지는 그렉시트 그림자.
그리스의 착각.

그리스가 밤 사이(한국 기준)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켰습니다. 7일 아침자 신문 일부의 그리스 관련 기사 메인제목입니다. 다채롭지요? 같은 사건, 같은 팩트를 놓고 왜 신문마다 제목이 다른 걸까요.

◆파노라마 같은 신문제목

신문들은 전 세계에서 주목한 하나의 사건을 전부 다르게 표현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어느 제목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닙니다. 시각과 판단의 문제겠지요.

'복지잔치' '긴축안 차버린' '그리스의 착각'. 이 제목들엔 그리스의 선택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판단이 들어가 있습니다.

'운명의 48시간'에선 그리스 국민의 선택에 의한 국제적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이 제목 역시 그리스의 선택에 대한 염려가 읽혀집니다.

'불안을 누른 분노' 제목엔 위의 제목들과는 달리 그리스 국민 입장에서, 즉 '내재적 관점'에서 풀어간 제목입니다. '굳이 한국인이 보는 한국 신문에서 그리스인 입장을 대변하는 제목이 왜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은 별개로 하고 말입니다. 이 부분도 이 신문 나름대로의 시각과 의미가 있겠지요.

◆신문을 읽는 묘미

기사를 쓸때 흔히 '각을 잡아서 써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사건을 놓고 기사의 핵심을 뭘로 잡을 것이냐의 의미지요. 같은 사건, 같은 현상을 놓고 매체들간의 기사 내용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각을 잡아 쓴 기사의 제목을 단다는 것은 한번 더 각을 잡는 작업이 될 수 있습니다. 신문마다 기사 내용이 비슷한 경우에도 제목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각 매체의 제목에선 자기들이 강조하는 압축된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물론 어느 신문이나 안쪽 지면의 상보나 해설기사를 보면 비슷한 내용이 다 있습니다. 다만 '독자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은 제목이 무엇인가'하는 판단의 차이가 각 신문의 1면 제목을 다르게 하는 요인일 것입니다.

비슷한 재료의 한식이라도 상차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서 맛이 달라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바로 이런 면이 따끈따끈한 속보와 달짝지근한 화제성 기사와 달리 삭혀 먹는 신문기사만의 맛이 아닐까요. 매일 아침 여러 신문들을 보면서 다양한 상차림을 구경 하는 것도 배부른 일입니다.

◆편집자의 냄새? 향기?

매체마다의 시각과 판단이 있다면 매체 안에서도 편집자 고유의 향이 있습니다.

어떤 편집자는 핵심을 직설적으로 압축해서 표현하는 데 능합니다. 편집자끼리는 흔히 '경파(硬波)'에 강하다고 합니다. 반대로 기사 내용을 소화해서 맛깔나는 제목과 레이아웃으로 표현하는 편집자도 있습니다. 이를 '연파(軟波)'형 편집자라고 합니다.

편집자라면 두가지 재능을 모두 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항상 경파성 편집으로, 또는 연파성 편집으로 일관할 순 없으니까요. 필요에 따라 적절한 편집을 취사선택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취향이 어느 정도 지면에 반영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위의 지면 편집자는 현재 편집 현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회사, 다른 업무영역으로 옮겼습니다. 과거에 그의 편집 스타일은 조선일보 안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정말 기발하다" "재미있다" "눈길 확 끄는데". 이런 평가가 많았고 간혹 "이건 심하다" "이건 아닌데"하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의 편집이 신문 편집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것은 확실합니다. 엄격하고 딱딱한 지면에 재미와 즐거움의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읽고 보는 지면에서 느끼는 지면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만의 향기가 항상 지면에 배어 있습니다. 그가 편집한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지면만 봐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편집은 편집기자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단 창작입니다. 편집기자, 편집 데스크, 디자이너, 취재기자, 취재부서 데스크, 그리고 국장단…. 모두가 협업해서 하나의 지면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그럼으로 해서 지면의 통일성과 영속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입니다.

개인의 다양한 개성 속에서 매체 특유의 일관된 특성을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조직문화. 어느덧 한세기를 바라보는 신문의 역사 속에서 신문 편집도 어떻게 보면 예술의 경지로 올라선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