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를 넣은 소주 ‘순하리’가 인기를 끌면서 유자 농사를 짓는 농민 얼굴에 모처럼 화색(和色)이 돌고 있다. 적당한 소비처를 찾지 못해 매년 오르락 내리락 하던 유자 가격이 올해부터는 안정될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고흥농협의 자료를 종합하면 현재 국내에서 2014년 수확한 국산 유자 중(中)품 1kg은 2100~2300원에 거래된다. 2012년 1800원 수준이었던 수매 가격이 16~27% 가까이 오른 셈이다. 전라남도 고흥은 국내 최대의 유자 산지다. 국내 유자 생산량의 38%가 고흥에서 나온다. 고흥의 유자 수매 가격은 전국 유자 시세의 기준이라 할 만하다.

고흥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해거리 현상으로 유자 생과(生果) 수확량이 다소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유자즙 같은 부산물 수요가 예년보다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올 겨울 수확 전까지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최대 유자산지인 전라남도 고흥면의 한 유자 가공 공장에서 직원들이 유자차를 만들고 있다.

유자는 대표적인 겨울철 과실이다. 고흥과 경상남도 남해에선 매년 11월 초중순 첫 유자 경매가 열린다. 이때 거래된 유자 생과는 과실 그 자체로 팔리기보다 유자차, 유자과즙 등 공산품 형태로 가공된다.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 무학의 ‘좋은데이 옐로우’에 들어가는 유자 농축액과 유자향도 이런 반가공된 유자 제품이다.

반가공 유자 제품은 그동안 판매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일부 유자과즙·유자청을 이용한 음료와 칵테일용 시럽 정도로 쓰였다. 그러나 최근 주류업계에서 과즙과 과일향을 섞은 리큐르가 인기를 끌면서 반가공 유자 제품 사용이 늘고 있다.

롯데주류가 유자를 이용해 만든 순하리는 지난달 27일 출시 100일만에 판매량 4000만병을 넘어섰다. 이 제품은 고흥산 유자 농축액이 한 병당 0.033% 들어간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유자 농축액을 많이 넣는 것보다 유자향과 소주 자체의 맛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적절한 양을 찾다보니 0.033%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과실 그 자체가 아니라 농축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직 유자 시세에 따른 수급 문제를 겪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일부 전통주 업체들은 고흥·남해·완도 등지에서 팔리는 유자 막걸리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유통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요가 늘어난다고 유자 경매 가격이 치솟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선 유자 농가에선 올해 유자 수매 가격이 작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흥군 풍양농협 판매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유자 농사가 흉작에 가까웠지만, 올해는 풍작일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생산자 별로 창고에 쌓아놓은 재고 물량이 꽤 남아있기 때문에 이 물량이 한 꺼번에 시장에 풀리면 유자 가격이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