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월드'를 보면 유전자 변형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가 몸의 온도를 주변과 비슷하게 조절해 열화상 카메라를 속이고 우리를 탈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관리자가 열화상 카메라 대신 레이더 감지기를 사용했다면 이 공룡은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실생활 속으로 들어온 레이더 기술

먼 거리에 있는 적군(敵軍)을 탐지하려는 노력은 유사 이래로 계속돼 왔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물체에 부딪히면 반사되는 전파의 특성을 이용해 적의 위치를 파악하려는 시도가 처음으로 이뤄졌다. 전파는 빛과 동일한 초속 30만㎞의 속도로 직진하고, 물체에 부딪히면 반사돼 돌아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전파가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확인하면 정밀한 거리 측정이 가능하다. 반사된 전파의 파형을 분석해 물체의 크기와 이동 속도도 측정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수천㎞ 떨어진 적의 항공기와 선박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가 개발됐다.

그래픽=송준영 기자<b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군사용 레이더 기술이 실생활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응용되고 있다. 더 소형화된 레이더 장치가 집 안 곳곳에 침투해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이다. 보안업체 에스원은 기존 방범용 감지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레이더 감지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존 열 감지기는 온도 변화로 침입자를 감지하기 때문에 몸에서 발산되는 열을 우산이나 스키복 등으로 차단하면 감지가 어려운 약점이 있었다. 건물 내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UWB(Ultra Wide Band·초광대역) 감지기는 나노 초 단위로 전파를 주기적으로 송신하고,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전파의 수신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파악한다. 또 전파 신호를 통합 분석해 물체의 크기와 형태도 판단한다. 침입자가 사람인지 아니면 고양이 같은 동물인지도 명확하게 파악해 보안요원이 불필요하게 출동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에스원 관계자는 "이 감지기가 있었다면 쥬라기월드에서 렉스가 우리를 탈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더가 에어컨·조명 장치를 만나면

레이더 감지기는 최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기술과 결합돼 더욱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출시되는 스마트 에어컨에는 소형화된 레이더 감지기가 부착돼 실내에 있는 사람의 숫자와 움직임을 감지한다. 집 안에 사람이 많아지거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자동으로 바람세기를 올리고, 반대의 경우에는 세기를 낮춰 전력 소비는 줄이면서도 쾌적한 실내 환경이 유지되도록 하는 식이다. 또 집 안 조명장치에 적용하면, 감지기가 조명과 사람 간의 거리를 탐지해 잠을 잘 때는 자동으로 꺼지고, 일어나면 켜지도록 할 수 있다. 미래에는 무인 원격 비행 장치인 '드론'에 레이더 감지기를 결합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험지나 오지에서 조난자를 파악하는 일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센서 시장

레이더 감지기를 포함하는 센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센서시장 규모는 2013년 890억달러(약 100조4000억원)에서 오는 2020년 1417억달러(약 160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센서 시장 규모는 60억달러(6조7000억원)로 세계시장의 6.7% 수준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