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경남 하동군 청암면 청학동의 마을회관. 유건(儒巾)을 쓴 강동균(56) 훈장이 전자 붓으로 글씨를 쓰자 수백㎞ 떨어진 서울 동자동 희망나눔센터의 컴퓨터 모니터에도 같은 글자가 떴다. 첨단 전자칠판과 화상회의 기술로 두 곳을 연결해 원격으로 시범 수업을 하는 현장이었다. "주인 주(主), 사람 인(人)…." 한자(漢字) 읽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양쪽에서 울렸다. 4대째 청학동에서 서당을 해온 강동균 훈장은 "시범 강의를 해보니 수업 방식을 새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6일 경남 하동군 청학동의 마을회관에서 강동균 훈장이 기가 인터넷, 전자 칠판, 화상회의 기술 등을 이용한 원격 수업에서 서울에 있는 학생들에게 한자(漢字)를 가르치고 있다.

지리산 골짜기의 전통 마을 '청학동(靑鶴洞)'이 정보통신기술(ICT)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 마을'로 변신하고 있다. KT는 이날 일반 인터넷보다 10배 이상 빠른 기가(Giga)급 인터넷망과 지역 맞춤형 기술을 적용한 '청학동 기가 창조마을' 선포식을 갖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청학동은 과거의 전통에 매여 변화를 거부하는 고장이 아니었다. 곳곳에 비콘(Beacon·근거리 송신 장치)이 깔리고, 하늘에는 드론(무인기)이 나는 첨단 마을로 바뀌는 중이었다. 마을 방문객이 스마트폰에 '청학동' 앱(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비콘이 보내주는 다양한 위치 기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지역 명소와 식당, 숙박 정보는 물론이고 외지인이 멋모르고 수심(水深) 깊은 계곡이나 뱀 출몰 지역 등에 접근하면 비콘이 경고 메시지를 보내주는 등 안전 기능도 강화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청학동 기가 창조마을' 선포식에서 연설하는 장면.

KT는 이날 청학동에 열 감지 카메라와 구호 물품 키트, 고출력 스피커 등을 갖춘 2000만원 상당의 재난 구조용 드론도 기증했다. 드론 조종법을 배우고 있는 김옥식(55) 이장은 "지리산을 찾는 등반객이 많아지면서 우리 마을 인근에서만 연간 10여건의 조난 사고가 발생한다"며 "드론으로 장마로 고립된 주민들에게 생필품도 전해줄 수 있고 매우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한국의 이상향으로 꼽히는 청학동을 21세기형 '기가토피아'(기가+유토피아)로 바꿀 것"이라며 "청학동이 지켜온 우리 전통문화가 국내 다른 지역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널리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10월 전남 신안군 임자도, 11월 경기 파주 대성동, 올 3월 인천 옹진군 백령도 등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바탕으로 주민 생활을 돕는 '기가 스토리' 프로젝트를 추진해오고 있다. KT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농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호 협력 MOU(양해각서)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