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소설가 신경숙 씨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신 씨의 단편소설인 ‘전설’의 일부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거의 흡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이죠. 지난 주말 벤처 업계에서도 ‘표절’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한 유명 창업 기업이 이미 서비스되고 있던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고스란히 베껴서 출시했다는 의혹을 산 것이죠.

지난 3일 커플 전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비트윈’을 개발한 VCNC는 ‘사랑한지’라는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선보였습니다. 연인과 처음 만난 날을 입력하면 만난 날짜를 자동으로 계산해서 보여주는 간단한 앱이었습니다. 앱을 누르지 않아도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해 편의성을 더했습니다.

문제는 이미 지난 2012년부터 ‘사랑한지’ 이름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 있었다는 겁니다. 원 개발자인 김성일 마그나랩 선임개발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VCNC가 사랑한지 서비스를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 씨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두 앱은 이름 뿐 아니라 앱 디자인, 구성, 기능 등이 거의 동일합니다.

이후 VCNC는 논란이 된 서비스를 앱 마켓에서 삭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재욱 VCNC 대표이사의 대응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박 대표가 김 씨의 페이스북 글에 댓글로 “사랑한지 앱을 써보고 더 이상 업데이트를 안 하는 서비스라고 판단했다”면서 “사용자들의 수요(니즈)가 있는 제품인데 업데이트가 안 된다면 우리가 다시 만들어서 가치를 전달하자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기존 서비스를 거의 그대로 베꼈다고 시인한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VCNC 측은 현재까지 공식 홈페이지나 SNS 등에서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순히 김 씨의 글에 박 대표가 댓글을 단 것이 전부입니다. 김 씨는 지난해 소속팀 마그나랩이 KBS 프로그램 ‘천지창조’에서 박 대표에게 멘토링을 받았던 사실을 언급하며 인간적인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벤처 업계의 ‘베끼기’ 논란은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국내 대표 인터넷 포털 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은 성장 과정 중에 각종 서비스를 베껴서 제공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네이버의 핀테크 서비스인 ‘네이버페이’가 국내 핀테크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서비스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서비스 하나가 뜨면 비슷한 앱이 연이어 출시되기도 합니다. 게임업계의 고질병 만은 아닙니다. 2000년대 중반 소셜커머스가 뜰 때는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사라졌습니다. 최근에도 부동산 중개 앱, 배달 앱, 택시 호출 앱 등 비슷한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관련 시장이 커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많은 업체가 난립하면 그만큼 공멸할 가능성도 큽니다.

‘아이디어 고갈’, ‘비용 절감’, ‘빠른 성공에 대한 유혹’ 등 벤처 기업들이 ‘베끼기’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많습니다. 베낀 서비스가 성공해서 큰 돈을 버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다만 베끼기 서비스가 만연하는 업계에 ‘모험’을 뜻하는 ‘벤처’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스스로도 민망한 일 아닐까요? 이번 ‘베끼기’ 논란이 가볍지 않은 이유입니다.

박 대표는 오는 7일 김 씨를 직접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VCNC는 이미 ‘비트윈’이라는 SNS 서비스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회사입니다. 이번 사건을 거울 삼아 VCNC가 더 새롭고 우수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벤처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