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투자 자산 가운데 삼성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의 기업 지분 투자 가운데 삼성 계열사가 1조원에 달해, 전체 비중의 9%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주 삼성물산(028260)의 대주주인 삼성SDI(006400)와 삼성화재 지분 1% 씩을 각각 확보했다. 지난달 3일부터 이달 3일까지 1달간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삼성SDI는 790억원, 삼성화재는 1430억원어치다. 해당 지분 확보를 위해 2200억원 가량을 쓴 것이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S&P캐피털IQ 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지분 취득을 더하면 엘리엇의 삼성 계열사 투자 규모는 총 9700억원 정도가 됐다. S&P캐피털IQ는 지금까지 공개된 엘리엇의 기업 지분 투자 규모를 10조93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엘리엇 투자 내 삼성 계열사의 비중은 8.9%. 미국 석유업체 헤스(1조3200억원), 통신장비업체 주니퍼네트웍스(1조1500억원), IT장비업체 EMC(1조원)에 이은 4번째 규모다.

엘리엇은 삼성보다 투자 규모가 큰 회사들에서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헤스에선 2013년 5월 이사회에 엘리엇 추천 인사 3명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EMC와 주니퍼네트웍스는 올해 1월과 2월 각각 이사회 자리를 엘리엇 측 인사에 내줬다. 삼성물산과 비슷한 금액을 투자한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 정도가 지난해 매각이 무산되면서 지분 매입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재계와 금융투자업계는 엘리엇이 삼성과 장기전을 염두해두고 공격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는 단순한 주가 부양 후 차익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의 핵심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할 때부터 삼성 계열사 전체를 상대로 확전할 각오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엘리엇이 삼성SDI, 삼성화재 지분을 취득하면서 잠재적인 공격 대상이 넓어졌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법상 지분 1%를 갖고 있는 주주는 이사(위법행위 유지청구소송)와 회사(주주대표 소송)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삼성SDI와 삼성화재 경영진이 헐값에 삼성물산을 제일모직과 합병시키는 데 동의해, 두 회사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의 소송을 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과 연관된 계열사 전반으로 공격 대상을 넓히겠다는 포석이란 얘기다. 삼성SDI는 7.4%, 삼성화재는 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제일모직지분 3.7%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SDI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 구조의 가장 끝 부분에 위치해있는 회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공하면 삼성SDI는 ‘합병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로 연결된 손자회사가 된다. 대주주는 19.6%의 지분을 가진 삼성전자다.

삼성SDI는 삼성엔지니어링(13.1%), 삼성정밀화학(14.7%)의 대주주이면서 삼성물산의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때문에 그룹 내에서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 구조가 존치되는 셈이다. 삼성SDI 지분을 활용해 이 점을 집중 공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