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네트워크를 확고하게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2013년 말 세종시로 옮겨온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만난 이시욱 KDI 국제개발협력센터소장은 유라시아 시장을 한국이 선점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당 국가의 정책 담당자들과 확고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우선으로 꼽았다. 유라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개발도상국가인데, 개도국의 특성상 대형 인프라 사업은 해당 관료들의 정책 결정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KDI 국제개발협력센터는 유라시아 국가들을 비롯해 전세계 개도국에 한국의 경제발전경험을 공유하는 KSP(Knowledge Sharing Program) 사업을 수행하는 곳이다. 이 소장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일 하다가 올해 1월부터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이 소장은 유라시아지역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KSP 사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SP사업은 주로 현직의 정책 결정자들과 일을 함께 하다보니 인적 네트워크 구축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특히 해당 국가에서 그때 그때 필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컨설팅을 해주는 경우가 많아 KSP 컨설팅 후 우리 기업들의 투자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즈베키스탄의 나보이 경제특구 프로젝트다. 2007~2008년 KDI는 KSP 사업으로 우즈베키스탄의 나보이 자유산업경제특구 설립을 위한 자문을 맡았고 우리 기업들의 우즈베키스탄 진출에 발판이 됐다. 대한항공은 2009년부터 나보이 국제공항을 위탁 경영하고 있다. 나보이 경제특구에는 한-우즈벡 합작 기업 5개사를 포함해 15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 소장은 충분한 사전 조사를 통한 선택과 집중도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경쟁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경제규모가 작다보니 기업이나 정부의 자금력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중국과 일본은 동시에 여러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있지만 한국이 똑같이 경쟁하면 자금력에서 밀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전에 치밀하게 타당성 조사를 벌인 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유라시아 지역의 인프라 수요는 매년 7300억 달러에 이를 만큼 수요가 크다"며 "시장 수요가 워낙 많아 한국 기업들이 얼마든지 치고 들어갈 니치마켓(niche market·틈새시장)이 있으니 무리하게 투자하지 말고 충분한 사전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는 교통·물류 시장을 꼽았다. 교통 물류 인프라 구축에 대한 수요도 많을 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물류의 경우 단순한 교통 인프라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킨 물류 시스템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ICT 기술에서 앞서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유라시아 국가들의 가장 큰 약점은 바다가 없고 교통망도 단절돼 있어 풍부한 자원을 외부로 나르지 못하는 점”이라며 “도로와 철도, 공항을 건설하는 것 뿐 아니라 구축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면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강점이 있어 유라시아 인프라 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