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대상기업 비중, 하위 51개그룹 14.8%로 상위 49개보다 1.4%P 높아

재계 순위 50~100위 정도의 중견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정부 규제 대상인 50위 안 그룹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월부터 대기업의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행태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기준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이다. 출자총액제한 규제와 기준이 같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인 회사가 다른 계열사와 연간 200억원 이상, 매출의 12% 이상을 거래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

5일 기업 정보 업체 CEO스코어 발표에 따르면 자산규모 기준 100대 그룹 중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받는 49개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51개 그룹의 계열사간 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에 해당하는 계열사가 총 144곳으로 집계됐다. 51개 그룹 전체 계열사 972곳의 14.8%에 해당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49개 그룹의 규제 대상 계열사 비중 13.4%와 비교해 1.4%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오뚜기 등 3개 그룹은 전체 계열사의 절반 이상이 감시 대상에 해당했고 이외 16개 그룹도 계열사 비중이 20%를 넘었다.

오뚜기의 경우는 규제 대상 계열사 비중이 53.8%로 가장 높았다. 전체 13개사 중 7곳이 규제 대상이었다. 주력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은 함태호 그룹 명예회장(24.7%)과 아들인 함영준 회장(10.9%) 등 총수일가가 지분 35.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716억원 중 내부거래 금액이 4694억원으로 그 비중이 99.5%에 달했다. 함 명예회장의 동생인 함창호 회장이 46.4% 지분을 보유한 상미식품도 734억원 중 98.2%인 720억원이 내부거래였다.

성우하이텍과 희성그룹은 전체 8개 계열사 중 4곳(50%)이 규제 대상이었고, 신안은 21개사 중 10곳(47.6%)이 규제대상에 해당했다. 다음으로 일진(39.3%), 셀트리온(37.5%), 무림·고려제강(36.4%), 넥센·S&T(33.3%), 선명(31.6%) 순으로 규제 대상 계열사 비중이 높았다. 농심, 교원, SPC, KPX, 한일시멘트, 동서, 대상, 보광 등 8개 그룹도 규제대상 계열사 비중이 20% 이상이었다.

중견그룹들의 내부거래 비중도 49개 그룹보다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51개 그룹의 규제대상기업 중 계열사간 내부거래 내역을 공개한 88개 계열사의 전체 매출은 17조9936억원이고, 이 중 내부거래는 12.0%인 2조1592억원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49개 그룹 평균 15.5%보다 낮아 보이지만 49개 그룹의 경우 계열사간 거래액을 국내 매출로 나눈 것이라, 실제로는 훨씬 일감몰아주기 강도가 심하다는 게 CEO스코어의 분석이다.

상위 49개 그룹의 국내 매출 비중이 52.3%다. 이 수치를 하위 51개 그룹에 적용해 조건을 동일하게 한 뒤 계산해보면 계열사 간 내부 거래금액 비중이 22.9%로 올라가게 된다. 규제 대상인 49개 그룹의 계열사간 거래비중보다 7.4%포인트 이상 높은 셈이다.

샤니, KISCO홀딩스, 농심홀딩스는 매출 100%가 내부거래였고 S&T홀딩스(99.8%), 호남샤니(99.7%), 오뚜기라면( 99.5%)도 100%에 가까웠다. 또 메리츠금융지주(99.3%), 세원개발(98.4%), 상미식품(98.2%), AK홀딩스(96.6%), 이수(95.7%), KPX홀딩스(94.3%)는 90%를 넘었다.

풍산홀딩스, 신안캐피탈, 넥센L&C, 알디에스, 오뚜기제유, 대한시스템즈, 일진파트너스, 대상홀딩스, 동원엔터프라이즈, 경동원, 오뚜기SF, 에이텍, 그린씨앤에프, 사조인터내셔널 등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내부거래였다. 성일화학, 농업회사법인아그로닉스, 삼양홀딩스, 대유코아, 엔디에스, 동원냉장, 삼립식품, 중원전기, 대명홀딩스 등 9개사는 20%를 상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