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大麻)’. 국내에선 섣불리 입에 올리기 어려웠던 이 단어가 최근 국내 뷰티업계에서 간간히 들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대마라고 하면 흔히 대마초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대마(hemp)는 사실 해외에선 식품과 섬유·뷰티·의료·건축 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 쓰여 온 식물이다.

미국 최초의 성조기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 spangled banner)’은 대마 줄기를 성기고 거칠게 가공한 원단으로 만들었다. 미국 독립선언문(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만든 종이 위에 쓰여졌다. 국내에서 대마는 오래 전부터 장례용 상복과 좋은 수의를 만드는 고급 소재였다.

대마 판매가 합법화된 미국 덴버주(州)에서 대마 판매점 직원이 가게에서 파는 대마초 묘목을 꺼내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마는 1930년대 이후 쇠퇴기를 걸었다. ‘이파리에 환각 성분이 다량 들어있다’는 비난이 커진 데다, 제지·석유화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적인 측면에서 설 자리도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대마가 ‘마약’ 대우를 받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이랬던 대마가 올해 들어 국내 뷰티업계를 중심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유기농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Dr. Bronner’s)는 주력 제품인 ‘퓨어 캐스틸 솝’ 시리즈 제조 과정에서 대마씨유(hemp seed oil)를 주요 성분으로 사용한다.

대마씨유는 대마씨를 저온에서 압착해 얻은 기름이다. 글로벌힐링센터는 2014년 “대마씨유는 아토피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고, 두피와 손톱을 매끄럽게 만들어 준다”고 분석했다.

이 기름을 사용한 퓨어 캐스틸 솝은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닥터브로너스는 국내시장에서 2013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 세계 매출은 8000만달러(약 900억원)를 기록, 2013년보다 28% 증가했다.

미국 유기농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Dr. Bronner’s)의 주력 제품 ‘퓨어 캐스틸 솝’에는 대마씨유(hemp seed oil)가 다량 들어간다. 이 업체는 미국 내 상업용 대마 재배 합법화를 위해 2014년 한 해 동안 총 14억원을 기부했다.

국내 업체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 대마씨유를 함유한 화장품을 잇달아 내놓는 추세다. 농업법인 당진청삼은 농업진흥청이 개발한 저(低)마약성 대마를 이용해 샴푸와 로션, 바티크림 등을 만들고 있다. 충청남도 당진군 농업기술센터는 당진청삼이 첫 제품을 내놓는 데 밑천이 되는 기술을 제공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대마의 상품성을 인정한 대표적인 예다.

당진청삼영농조합 관계자는 “신성대학과 상호양해각서(MOU)를 맺고 저마약성 대마의 상품성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며 “해외 대부분 국가들처럼 식약청이 대마 식용(食用)을 허용하면 대마를 이용한 각 종 식품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간에서는 화장품 OEM·ODM 전문업체 비앤비코리아가 올해 5월 ‘마리후아나’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대마크림’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제품 역시 주성분은 대마씨유다. 비앤비코리아 관계자는 “대마씨유 성분 가운데 4분의 1은 단백질로 구성돼 피부를 젊고 탄력있게 유지시켜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