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이동통신 업체인 SK텔레콤이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3일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지난 6월 25일 자로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 조치가 잘못됐으니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며 "변호사 선임 등 대응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탄생한 SK텔레콤이 정보통신 분야의 규제기관(옛 정통부 포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통위는 지난 5월 전체회의를 열고 외국인 명의를 무단 도용해 선불 휴대폰을 불법 개통한 혐의로 SK텔레콤에 35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기한이 만료된 외국인들의 선불폰을 해지하지 않고 계속 사용 중인 것처럼 만드는 등 15만5000여명의 명의를 도용했다고 방통위는 밝혔다.

SK텔레콤은 방통위의 제재가 부당하다고 보고 소송을 냈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선불폰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추가로 무료 음성통화를 제공한 것인데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통신시장 교란 등의 혐의로 여러 차례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한 번도 소송을 낸 적이 없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에 미운털이 박히면 나중에 더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데, 과징금 35억원에 소송까지 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대구지방법원에서 같은 사안으로 진행 중인 형사재판 때문에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구지검은 SK텔레콤이 이용자의 명의 도용을 금지한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기소한 상태다. SK텔레콤이 방통위의 과징금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 돼 이 재판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