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49.8% 저평가·제일모직 41.4% 고평가 분석

미국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는 17일 열리는 삼성물산(028260)주주총회에 대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투자자들에게 권하는 보고서를 3일 발간했다.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ISS가 합병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면서 삼성이 외국인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ISS는 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 핵심 안건인 제일모직과의 합병 특별결의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조선비즈는 ISS가 3일 발간한 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자체 분석 결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0.95 대 1은 되어야 한다”며 “0.35 대 1인 현재 합병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근거를 들었다. ISS는 “자체 분석 결과 삼성물산이 순자산가치(NAV) 대비 49.8% 저평가되어있다”고 설명했다. 거꾸로 제일모직은 “41.4%로 고평가되어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합병 비율은 0.95 대 1이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0.35 대 1 아닌 0.95 대 1이 실제 가치”

ISS는 삼성물산의 실제 가치는 주당 11만234원 정도로 추정했다. 합병 당시 기준 가격은 5만5300원은 49.8% 저평가 된 것이라는 게 ISS의 분석이다. ISS는 국내 동종 기업의 평균 세전이익 대비 기업가치(EBIT/EV)를 구해 삼성물산 자체의 가치를 구한 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005930),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018260)) 등의 지분 가치와 더했다. ISS는 삼성물산 자체의 가치는 7조2630억원, 지분 가치는 12조4450억원이라고 각각 계산했다. 같은 방법으로 구한 제일모직의 실제 가치는 주당 11만5665원이었다. ISS는 이를 근거로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기준 가격(16만3500원)이 41.4%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ISS는 자체 방법론을 적용해 실제 기업 가치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은 50% 저평가되고 제일모직은 41% 고평가되었다고 분석했다.

ISS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 등을 기초로 계산한 결과,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는 실질적으로는 7.3% 하락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ISS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가 시가총액의 70%을 넘었을 정도로 저평가된 시기에 합병이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ISS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지난달 30일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발표한 합병 이후 성장 전망과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했다. ISS는 “매출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수치도 지나치게(hugely) 긍정적이다”고 지적했다. ISS는 패션 사업을 거론하며 “현재 연 1조8000억원 정도 매출인데, 합병 후 시너지 효과가 2조원 가량 발생할 것이라고 (제일모직 측이) 설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29일부터 공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제일모직의 바이오 계열사들의 성장 전망도 과대 포장되어있다고 ISS는 봤다. ISS는 “두 회사의 미래 매출은 모두 전망치일 뿐”이라고 말한 뒤 “삼성의 매출 예상치를 그대로 적용해도 스위스 론자, 미국 호스피라 등 동종 기업의 주식 가치를 고려하면 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가치는 2조4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합병 무산되도 장기적으로 주가 오를 것”

ISS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와 시가총액을 함께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제일모직과의 합병 발표 당시 계열사 지분 가치의 비중이 시가총액의 70% 이상으로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ISS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후계 승계와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ISS는 “많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로 그룹 지배권을 승계하고 계열사간 상호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를 할 것으로 봤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삼성물산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라고 서술했다.

ISS는 KCC로의 삼성물산 자사주 5.9% 매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ISS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은 다수 지분 확보(overpower)를 위한 노골적인(blatant) 시도로 비춰졌다”며 “주주들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ISS는 “합병이 무산되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 자체 기업 가치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데다, 차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삼성물산이 연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 “주주가치 극대화 설명 계속할 것”

삼성물산은 “ISS 보고서가 경영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기대효과,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의도 등 중요한 사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전문기관의 세밀한 실사와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시너지와 신성장동력을 통한 지속성장과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삼성물산은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합병이 기업과 주주에게 모두 이롭고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것임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합병을 원활하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인 ISS는 세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 기관투자자들이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 지 조언한다. 외국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ISS의 보고서를 참고해 찬반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물산 외국인 지분율은 주주명부가 폐쇄된 11일 현재 33.61%다. 엘리엇을 제외하면 26.49%에 달한다. 뱅가드, 블랙록, 디멘셔널 등 시가총액에 비례해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그 외에는 각 운용사나 연기금 별로 1% 미만의 지분을 보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