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인 미국 구글은 최근 한국 금융감독원에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Payment Gateway) 등록을 마쳤다. PG는 신용카드 회사와 앱 개발사와 콘텐츠업체 등 중소 업체들 사이에서 신용카드 결제 업무를 대신해주는 업무를 말한다.

PG 등록이 허용되면서 구글의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도 원화(貨)로 유료 앱·콘텐츠를 살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구글이 한국에서 PG 업무를 하지 못해 사용자들이 비자·마스타 등 외국 제휴 카드를 사용해 달러화로 결제해야 했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구글의 행보가 지난 5월 미국에서 공개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안드로이드 페이'를 한국에 선보이기 위한 정지(整地) 작업이라고 분석한다. 모바일 결제란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둔 스마트폰으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비밀번호만으로 간단히 상품·서비스 대금을 치르는 것을 말한다.

구글의 상륙을 앞두고 삼성전자·네이버·다음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도 일제히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모바일 결제 뛰어드는 IT 기업들

모바일 결제는 크게 스마트폰을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와 온라인·모바일 쇼핑몰에서 공인인증서나 카드 번호 없이 손쉽게 결제하는 '간편 결제'로 나눌 수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페이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교통카드처럼 카드를 갖다대면 결제되는 NFC(근거리무선통신) 방식 단말기와 모바일 쇼핑몰에서 쓸 수 있다. 구글은 이 기능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할 계획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구글의 잠재 고객이 되는 셈이다.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상무는 "안드로이드 페이를 국내에 도입할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우선 구글플레이에서 시범 서비스를 해본 뒤 안드로이드 페이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도 올 9월 '삼성페이'를 내놓고 국내외 시장에서 구글 등과 경쟁한다. 이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로 사용하게 된다. NFC 방식뿐 아니라 신용카드를 긁어서 결제하는 기존 마그네틱 단말기에서도 사용 가능해 활용성이 높다. 온라인 간편 결제도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모바일 쇼핑몰과 계약을 맺고 사용처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도 구글처럼 갤럭시S6·S6엣지를 포함해 이후에 나오는 신형 스마트폰에는 모두 삼성페이 기능을 내장해 사용자를 늘릴 계획이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이미 국내에서 온라인·모바일 쇼핑몰을 중심으로 간편 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스마트폰 제조사나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고 결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작년 9월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출시한 뒤 지금까지 인터파크·GS샵 등 대규모 쇼핑몰 위주로 가맹점 158곳을 모았다. 이달 들어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도 중소 쇼핑몰까지 포함해 단숨에 5만3000여곳의 가맹점을 확보하며 추격에 나선 상황이다.

주력 제품·서비스 강화가 목적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쇼핑몰 거래 금액은 지난해 1분기 2조8223억원에서 올 1분기에는 5조952억원까지 늘었다. 온라인까지 합친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모바일 쇼핑의 비중도 같은 기간 27%에서 41%로 늘었다. 모바일 쇼핑 시장을 장악하면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IT 기업들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수료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자사(自社) 주력 서비스나 제품을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결제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예컨대 삼성페이가 널리 쓰이게 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국내 판매량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네이버페이가 모바일 결제 시장을 장악한다면 더 많은 쇼핑몰이 네이버 검색에 웹사이트를 등록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김종대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국내의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율은 결제 금액의 3~4%고 이 중 2~3%가 신용카드사 몫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IT 기업에 돌아가는 수수료는 많아야 1~2% 정도"라며 "수수료 자체보다는 주력 서비스·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