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를 필두로 유럽 전역에 제 2의 금융위기가 온다면 유럽의 선박 신규 발주가 끊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6월 30일(현지시각) 그리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부채 상환 마감일을 넘기면서, 15억유로(약 1조9000억원)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확정됐다. 그리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4252척, 약 3억DWT(재화중량톤수) 규모의 선박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 해운 국가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선박의 신규 발주 물량 약 20%가 그리스에서 나오고 있다. 그 밖에 60% 정도는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등 서유럽 지역에서 나와 국내 조선업계의 유럽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74년 울산 미포만에 조선소를 준공한 이후 현재까지 둔 51개국 308개 선주사 중 그리스 254척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238척), 덴마크(101척)와도 거래량이 상당했다. 대우조선해양도 그리스 최대 해운선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과 1994년 이후 총 84척의 선박 계약을 맺는 등 유럽 선주들과 돈독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보다는 그리스발 위기가 주변 EU 회원국의 재정난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국내 조선사들이 받는 타격은 생각보다 클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선주사들은 보통 선박 구입 비용을 자국의 은행에서 대출받는데(선박금융), 이 시장을 주도해 온 유럽계 은행은 지난 2011년 유럽 금융위기 이후부터 위험 부담이 큰 선박 금융 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며 “그리스 디폴트를 계기로 유럽 전지역의 경제 위축으로 번진다면 유럽발 발주가 크게 줄어들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도 "그리스 사태로 인해 유럽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 선박금융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미 계약된 건에 대한 대금 지불이 밀리거나 국내 조선업계의 발주가 끊기는 등 실질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의 주시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디폴트를 시작으로 유럽 여러 당국의 은행 규제 강화되면 유럽의 선박 발주업체들은 회사채나 주식 발행 등 자체 자금조달 의존도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의 경우, 유럽 선주사들도 투자를 하고 싶지만 자금을 구하지 못해 (우리나라에) 신규 발주를 하기 어려워 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