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를 필두로 유럽 전역에 제 2의 금융위기가 온다면 유럽의 선박 신규 발주가 끊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3년 9월 그리스 에네셀(ENESEL)사에 인도한 1만 3천8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지난 6월 30일(현지시각) 그리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부채 상환 마감일을 넘기면서, 15억유로(약 1조9000억원)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확정됐다. 그리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4252척, 약 3억DWT(재화중량톤수) 규모의 선박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 해운 국가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선박의 신규 발주 물량 약 20%가 그리스에서 나오고 있다. 그 밖에 60% 정도는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등 서유럽 지역에서 나와 국내 조선업계의 유럽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74년 울산 미포만에 조선소를 준공한 이후 현재까지 둔 51개국 308개 선주사 중 그리스 254척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238척), 덴마크(101척)와도 거래량이 상당했다. 대우조선해양도 그리스 최대 해운선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과 1994년 이후 총 84척의 선박 계약을 맺는 등 유럽 선주들과 돈독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보다는 그리스발 위기가 주변 EU 회원국의 재정난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국내 조선사들이 받는 타격은 생각보다 클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선주사들은 보통 선박 구입 비용을 자국의 은행에서 대출받는데(선박금융), 이 시장을 주도해 온 유럽계 은행은 지난 2011년 유럽 금융위기 이후부터 위험 부담이 큰 선박 금융 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며 “그리스 디폴트를 계기로 유럽 전지역의 경제 위축으로 번진다면 유럽발 발주가 크게 줄어들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도 "그리스 사태로 인해 유럽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 선박금융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미 계약된 건에 대한 대금 지불이 밀리거나 국내 조선업계의 발주가 끊기는 등 실질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의 주시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디폴트를 시작으로 유럽 여러 당국의 은행 규제 강화되면 유럽의 선박 발주업체들은 회사채나 주식 발행 등 자체 자금조달 의존도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의 경우, 유럽 선주사들도 투자를 하고 싶지만 자금을 구하지 못해 (우리나라에) 신규 발주를 하기 어려워 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