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전문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 등 신약개발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5년 내에 세계 최정상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1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에게 사업 현황과 미국 증시 상장 계획 등을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에서 기업설명회(IR)을 열고 연내 15만리터(L) 규모의 3공장을 착공하고 2020년까지 4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이날 IR에서 “내년 가동에 들어가는 15만L 규모의 제2공장에 이어 동일한 규모의 제3공장도 이사회 승인을 거쳐 10월 착공할 계획"이라며 “2020년까지 공장을 4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미 제2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물량이 전체 계약 물량의 70%에 이른다”며 “3공장이 완공되면 현재 협의 중인 계약 물량까지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1위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업체 될 것”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착공할 4공장의 생산용량이 10만L 전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15만L까지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계획대로 공장이 늘어나면 생산용량이 40만L 이상으로 늘게 된다. 스위스의 론자(24만3000L), 독일 베린거잉겔하임(22만L)을 제치고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계약생산대행)로 거듭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로슈(2018년 예상 80만L)에 이어 글로벌 2위 바이오 의약품 생산업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1공장은 2000억원, 2공장은 7000억~8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4공장까지 모두 가동된다고 했을 때 매출 연 2조원, 영업이익 8000억원 정도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 15만리터의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 공장

업계는 몇 년 내에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심각한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 사장은 "바이오 의약품의 수요 증가세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현재 350만L 수준인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이 2020년 500만L, 2015년 750만L 정도로 늘어야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경쟁 업체 대비 효율성이 월등히 높고 공장 건설부터 제품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도 타사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해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수요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공장에 3400억원, 2공장에 7억달러(7000억원)을 투자했다. 3공장에도 2공장과 비슷한 자금을 투자하게 된다. 김 사장은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2공장은 1공장에 비해 생산용량은 5배 커졌지만, 공장 건설 자금은 2배 가량 늘었다”며 “이미 설비 건설, 운영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IB 반응 뜨겁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왼쪽부터)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이날 오랜 시간을 할애해 지난달 29일 밝힌 상장 추진계획에 관해 설명했다. 고 사장은 “미국 주요 투자은행(IB)이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IB업계에서는 바이오에피스가 상장되면 나스닥 사상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기업 상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처럼 여러 제품들이 판매 허가 단계와 최종 임상 단계에 접어든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미국에도 없다”며 “기업가치가 보수적으로 잡아도 8조~10조원 정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고 사장은 “전세계적으로 보건의료 비용을 낮추는 것이 화두가 됐다”며 “몇 년 전만해도 미국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리지 못했지만,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올해 3월 첫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승인하면서 투자자들이 유망한 투자처로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항암제, 당뇨치료제 6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6개 제품은 각각 연 매출 60억~130억달러로 전세계 의약품 매출 10위 안에 드는 대형 품목이다. 이 가운데 자가면역치료제인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등 2종은 유럽과 한국에서 시판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와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의 바이오 시밀러는 임상 3상 막바지에 있다. 항암제 허셉틴, 아바스틴은 각각 임상 3상과 1상이 진행 중이다. 고 사장은 “내년부터 엔브렐 바이오 시밀러 판매를 시작으로 다른 5개 제품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보다 효능 개선과 투여횟수 감소 등 차별성이 있으면서 특허에 구애받지 않는 바이오베터 시장 진출 계획도 내놨다. 고 사장은 “현재 바이오베터 2~3종의 개발에도 착수했다”며 “이는 사실상 처음으로 신약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장과 관련해 “구주매출(기존 대주주 소유 지분을 파는 것)만 의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주 발행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