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는 지난 5월 처음으로 해외 기업을 인수했다. 이 회사의 전신(前身)인 카카오를 포함, 다음카카오가 외국 기업을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 인수한 기업은 인도네시아의 3위권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기업 '패스(Path)'였다. 네이버는 작년 4월부터 삼성전자와 제휴해 일부 국가에 출시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라인(Line)'을 기본으로 설치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팬택 인수를 추진 중인 옵티스도 '인도네시아'에서 팬택의 사활(死活)을 걸고 있다. 변양균 회장은 "(팬택 인수 사업은) 사실상 인도네시아 진출 사업"이라고까지 말한다.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아 현지 저가(低價)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뒤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로 뻗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왜 모두 인도네시아일까. 한국 IT(정보기술) 기업들에 인도네시아가 도전과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시장 열리는 세계 4위 인구 대국

지난 27일 오후 3시(현지 시각)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중심부인 쿠닝안(Kuningan)에 있는 롯데쇼핑 에비뉴몰. 곳곳엔 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톡 등 SNS와 모바일 메신저 광고판이 걸려 있었다. 젊은이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캐나다 블랙베리 폰을 꺼내 들고 동영상을 보거나 채팅을 하고 셀카를 찍었다. 무선 인터넷이 안 되는 구형 휴대전화(피처폰)도 많이 보였다. 직장인 닌다 파라미타(27)씨는 "2012년 처음 스마트폰을 샀을 때는 블랙베리 메신저를 썼는데 지금은 '라인'과 카카오톡을 쓴다"며 "귀여운 이모티콘과 빠른 속도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센트럴파크몰에서 쇼핑객들이 전시 중인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인구 2억5000만명을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IT(정보기술) 시장이 뒤늦게 열리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2억5000만명의 세계 4위 인구 대국(大國)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IT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나라다. 시장이 큰 데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인도네시아 법인 이강현 상무는 "작년 초까지는 휴대전화 전체 판매량의 50%가 2세대(G) 폰이었지만 지금은 판매량의 80%가 스마트폰"이라며 "특히 저가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 1위는 삼성전자(점유율 32.9%)이며, 뒤이어 에버코스·스마트프렌 등 현지 업체와 중국 제조사가 포진하고 있다.

현재 2G·3G가 대세인 이동 통신망까지 4G로 전환되면 이 같은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의 65%가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평균 연령이 29세일 만큼 젊고 역동적이라는 점도 매력 요소다. 이들은 IT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통신 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전 세계에서 페이스북 게시물 수가 둘째로 많을 정도다.

메신저·게임·SNS·전자상거래까지 IT 한류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이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국민의 87%가 이슬람교도이고 글로벌 시장에선 존재감이 미미한 '블랙베리 메신저'(BBM)가 모바일 메신저 사용률 1위일 만큼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을 앞세워 현지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맞춤형 이모티콘도 내놨다. 이슬람권의 금식(禁食) 기간인 '라마단'에 맞춰 전통 의상을 입거나 금식으로 배가 고파서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 등이다. 현재 3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모았다. 다음카카오는 현재 확보한 1800만 카카오톡 가입자에 최근 인수한 '패스'까지 더해 메신저·SNS를 양 축의 플랫폼으로 삼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전자상거래 분야도 시장 선점(先占) 경쟁이 치열하다. SK플래닛은 작년 초 인도네시아에 '일레브니아(elevenia)'라는 오픈마켓을 열어 현재 시장 3위에 올랐다. 게임 분야에선 국내 게임 개발사 제페토의 온라인 총싸움 게임 '포인트블랭크'가 1위를 지키고 있다. 컴투스의 스마트폰 게임 '서머너즈 워'도 매출 10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인기작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급격히 커지는 IT 시장의 몫을 자국(自國)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LTE(4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을 판매할 경우 현지 생산 부품을 20% 이상 써야 하는 규정을 만들었고, 2017년에는 이 비율을 30%로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