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산업계가 정부가 30일 발표한 ‘포스트(post)-2020’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반발했다.

2030년 배출전망치의 37%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치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는 경제·산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암덩어리 규제가 될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전경련과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30개 경제단체와 발전·에너지업종 28개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국가 경제와 국민 일자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부담이나 산업현장의 현실보다 국제 여론만을 의식한 이번 정부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경제·산업계는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최고의 에너지 효율 달성과 최신의 감축기술을 적용해왔으며, 추가적 감축을 위한 제반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과도한 감축목표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또 하나의 암 덩어리 규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감축수단으로 제시된 원자력발전의 경우 지금도 환경단체 등의 반대가 극심한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고, 신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비용 측면을 고려할 때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과 물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이번 감축목표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약진, 엔저 쇼크, 최근의 메르스 여파에 이르기까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극심한 경제절벽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나아가서는 국가경제를 2%대의 저성장 늪으로 빠트릴 가능성이 높다”고 반발했다.

산업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부담이 큰 철강, 발전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여론이 거세다.

철강업계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규모 감산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정부의 감축 목표로 인한 개별 기업의 부담은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기술수준에서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포스코가 현 생산량 10% 가량을 감산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 자료도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 산업계가 얼마나 감축할 여력이 있는지는 제대로 안 따진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정부의 강도높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 등 다수의 민간발전사들도 정부의 이번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발표에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민간발전업계 관계자는 "37% 감축은 당초 정부가 제시한 4개안 중 가장 높은 감축목표(31.3%)보다 상향된 수치로 업계 예상을 크게 벗어난다"며 "이같은 목표는 결국 원전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원전을 제외한 다른 발전원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발전업계에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민간발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확대 이외에는 정부의 감축안이 실현되기 힘들어 보이는 상황에서 주민 반대 등으로 원전 설치가 지연될 경우, 온실가스 감축 부담은 민간 발전사로 전가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와 산업계가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발표를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늘리고, 저탄소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관련 연구기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전세계가 셰일가스 개발붐 등 저탄소 에너지원이나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이 대세인 상황”이라며 “다른 나라는 지난 2009년 2020년 온실가스 감축안을 내놓으면서 이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관련 준비가 미흡했던 우리나라가 뒤늦게 아우성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