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한도 넘는 경품·상품권 제공, 온라인 GA는 보험료 대납까지…금감원, 미온적 대응만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전경

보험백화점으로 불리는 법인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법정한도 이상의 과도한 경품이나 상품권 제공 등 불법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GA 중에선 심지어 보험료를 대납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불법 마케팅은 온라인 GA는 물론 웬만한 중견 보험사 보다 덩치가 큰 대형 GA 사이에서도 관행처럼 퍼져있어 단속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불법행위를 단속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미온적인 대응으로 불법에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조선비즈가 프라임에셋,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이하 에이플러스) 등 대형 GA업체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대형 GA들 사이에서 보험업법을 위반한 마케팅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보험업법 98조 '특별이익의 제공금지' 조항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자를 대신해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거나 3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제공할 경우 최대 6개월까지 업무정지를 당하거나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에이플러스 소속 여성 설계사는 “보험료 할인 혜택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10만원 상품권을 제공할 수 있다”며 “제 수당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꼬드겼다. 그는 상담이 끝나자 "저희 회사에서 준비한 상품"이라며 보기에도 꽤 비싸 보이는 무선전동드릴세트를 건넸다. 기자가 "이게 뭐냐"고 묻자 "준비하는 상품은 매번 다른데 이번에는 이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검색해 본 결과 오픈마켓인 G마켓에서 3만7810원에 팔고있는 모델이었다.

에이플러스는 2014년말 기준 소속 설계사가 3600명인 대형 GA다.

에이플러스에셋 소속 설계사가 기자에게 건네준 무선전동드릴. 오픈마켓에서 검색해보면 최저가가 3만원 후반대인 것으로 나온다. 보험업법상 3만원이 넘는 금품 제공이나 보험료 대납은 불법이다.

소속 설계사가 1만1000명으로 GA 시장 2위사인 프라임에셋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대 후반의 한 남성 설계사는 "보험료를 몇달치 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보험료 대납은 요새 단속이 심해 어렵고, 원하신다면 제 수당에서 빼 상품권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정도 해줄 수 있느냐" 묻자 "고객님 경우는 10만원 정도라며 내는 보험료에 따라 30만원 등 더 해 드릴 수도 있다"고 답했다.

GA업계의 불법·과열 마케팅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한 대형 GA소속 설계사는 "GA가 설계사로 하여금 직접 자기 돈을 내서라도 어떻게든 보험 계약을 성사시키라며 수당에서 캐시백(보험료 대납)을 지급하는 식으로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품이나 보험료 대납 등은 고객 입장에서 당장 보기엔 이득 같지만 전체 보험료 인상과 시장 경쟁 과열로 이어져 고객 피해로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문제가 있다면 조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6월초 조선비즈가 온라인 GA업계의 보험료 대납 문제를 연이어 보도하자(조선비즈 6월 10일 기사 '보험료 대납 불법 판치는 온라인 GA…손 놓은 금감원' 참고) "담당 인력이 20명도 안되다 보니 현실적으로 검사를 하기 어렵다"며 해당 GA에 공문을 보내 자율점검을 하도록 지침을 내렸을 뿐이다. GA의 불법 마케팅을 묵인한 셈이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보험료 대납이 불법임을 인정하면서도 인력난을 운운하는 것은 검사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불법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나와 있는데 자율점검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봐주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4년 3분기(7~9월) 전체 신규 보험료 21조5042억원중 GA의 비중은 40.1%(8조6299억원)다. 2014년 9월말 기준 전체 보험설계사 39만6988명중 GA 소속 설계사는 18만5139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소속 설계사가 3000명이 넘는 등 웬만한 중견 보험사 설계사 조직 보다 큰 대형 GA도 10개에 이른다.

☞용어설명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
여러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파는 일종의 보험백화점. 특정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대리점과 달리 판매 위탁 계약를 체결한 곳의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다. 소속 설계사가 수천명은 물론 1만명이 넘는 GA가 생겨남에 따라 보험사 보다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GA는 4000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