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비은행금융기관 모두 경영건전성 ‘대체로 양호’ 평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하고,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4%대로 추락하는 악재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국내 일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국제 기준치(8.625%)에 미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30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스트레스테스트(stress test) 결과를 발표했다. 스트레스테스트란 경제 위기 상황을 가정해 금융회사가 어느 정도의 부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것으로, 이번 테스트는 2014년 말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

◆ “美금리인상+中성장률 4%대로 추락하면 일부 은행 BIS 기준 미달”

한국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향후 2년 동안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가 3%포인트 오르고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를 3%포인트 이상 밑돈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2014년 말 14%에서 2016년 말 10.6%까지 떨어진다. 이는 국제기준치(8.625%)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일부 은행들은 국제기준치에 미달하게 된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이와 관련,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를 3%포인트 인상할 경우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이 0.2%포인트 증가하지만 시장 손실(-0.8%포인트)과 대출 손실(-0.5%포인트) 규모가 이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 성장률이 2년 연속 전망치를 3%포인트 밑돌면 국내 수출 위축 및 경기 둔화에 따라 대출 손실과 시장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외 충격이 개별적으로 발생하면 국내 은행권의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가 3%포인트 오른다고만 가정할 경우 국내은행의 BIS 비율은 14%에서 12.8%로 떨어진다. 또 중국 성장률이 4%대로 추락하고만 가정하면 BIS비율은 12.7%로 떨어지는 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먹는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은행권의 외화유동성에 미칠 영향도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에 상응하는 충격이 3개월 동안 지속되면 은행권에서는 총 2414억달러 규모의 외화자금이 유출되는 반면, 3510억달러의 외화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최대 1096억달러의 여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14년 1분기의766억달러보다 330억달러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지방은행 한곳, 특수은행 한곳 외은지점 14곳에서 외화자금 부족이 발생가능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예상되는 외화자금 부족 규모가 크지는 않다”며 “일부 은행의 취약성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 은행-비은행 금융기관, 총자산 증가 추세…부실채권은 감소 추세

한국은행은 이번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사들의 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총자산 규모가 늘어나는 한편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줄어드는 등 핵심 지표들이 개선되는 추세를 이어간 결과다.

2015년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총 자산규모는 1334조원으로 전기대비 79조원 늘었고, 부실 채권 발생 비율을 가늠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1.39%에서 1.36%로 떨어졌다. 또 은행들이 단기간의 급격한 유동성 유출에 대비해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2015년 3월 말 기준 107%를 기록해 국제 기준치를 웃돌았다.

또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건전성도 대체로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부실 채권 정리가 꾸준히 추진되는 한편, 신규 발생 규모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총 자산규모는 1984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2.5%증가한 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8%에서 2.4%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