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지난해 일본에서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한 사건이 224건 있었는데, 그중 27건(12%)이 치매 환자에 의한 것이었다. 역주행에 따른 인명 사고 22건 중 5건도 치매 환자 운전 때문이었다. 이처럼 치매 환자들의 운전이 많은 나라에서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 사고 비율이 2003년 7% 미만에서 2014년에는 16%까지 증가했다.

국내 연구에서는 과거 운전을 했던 사람 중에 치매 진단을 받은 시점에도 운전을 계속하고 있는 환자 비율이 46%나 됐다. 이들 중 절반 이상(55%)은 치매 진단 후 1년이 넘은 기간에도 운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치매와 운전 문제는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노령 운전자들이 안전하지 못한 운전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지 기능 저하 때문이다. 그 외에 신경학적 또는 내과적 질환, 신체 허약이나 시력, 시야 문제도 포함된다. 복용 중인 약물에 의한 부작용도 안전 운전을 방해하는 요소다.

일본 연구에 따르면, 치매도 원인 질환과 상태에 따라 운전 시 문제가 되는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운전을 하면서 가야 할 목적지를 잊어버리는 경우는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들에게서 가장 흔하다. 교통 신호를 무시하거나 차량 간격을 유지하지 못하는 증상은 주로 전두측두치매 유형에서 많이 나타난다. 운전 중에 주변의 다른 광경에 끌려 사고가 나는 경우도 전두측두치매에서 흔히 보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차량 사고가 알츠하이머병보다 훨씬 흔하게 일어난다. 전두측두치매는 초기에는 기억장애가 나타나지 않고 다른 치매 질환보다 50대에서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만일 과거에 비해 차량 사고가 자주 발생하거나 운전 습관이 변한 것처럼 느낀다면 인지 기능을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치매 환자가 늘면서 이들이 모는 자동차로 인한 교통 사고도 늘고 있다. 치매환자 증상에 따라 운전자 제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령 운전자의 운전을 규제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쉽지 않다. 인지 기능 저하가 없는 정상적 노화 어른들도 신체 기능 저하로 안전치 못한 운전자가 될 수도 있고, 치매로 진단된 환자라도 일정 기간 나름대로 큰 무리 없이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만 등에서는 치매 환자 운전의 경우, 인지 기능 저하 정도를 판단해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할 때라고 본다.

고령 계층의 경우, 운전을 그만두고 나서 사회활동이 감소하고 외출이 줄어들어 우울감이 심해질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다시 인지 기능 저하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따라서 노인들의 외출을 위한 대중교통 배려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외출이 꼭 필요한 노인들이 1000원으로 택시를 이용하고 그 차액은 정부에서 부담하는, 이른바 '천원 택시' 같은 정책이 고령 친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