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오랫동안 소식이 뜸했던 한 선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조선비즈가 1월 6일에 단독으로 보도했던 '공유형 모기지, 7000만원 소득제한 푼다' 기사를 보고 이 상품이 정말 나오는지 궁금했던 겁니다. 집주인이 2억3000만원인 전세금을 3억원으로 올려 달라고 해서 대출을 더 받을지 이사를 할지 고민인데 소득 제한 없이 1%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집을 사고 싶다고 하더군요.

국토교통부는 1월 27일에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3~4월 중 소득 제한 없는 1%대 수익 공유형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월세에 사는 사람들의 자가 보유를 지원하면 전·월세난이 완화되고 주거 비용도 낮아질 것이란 설명도 붙였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상품 구조를 오해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상품 출시를 연기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상반기 중 출시하겠다”고 하더니 이달 16일엔 아예 무기한 연기로 번복했습니다. 그 사이 제가 아는 선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3% 초반대로 대출을 받아 전세 재계약을 했습니다.

국토부는 상품 출시를 기약 없이 연기한 이유를 “주택시장이 회복됐고 시중 금리가 낮아져 상품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가계 부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상품 출시를 반대하자 뜻을 접은 겁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시하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국토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주택 상품 출시를 놓고 반년도 안 돼 세 번이나 입장을 바꾼 것은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했거나 정치권 및 타 부처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래서야 앞으로 국토부가 발표하는 대책을 국민들이 믿어도 되는지 의문입니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를 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에 대해서는 금융과 관련된 부동산 대책은 아예 기재부나 금융위로 넘기라는 비아냥이 나옵니다.

국토부는 전·월세난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올 3월 인사청문회와 취임사 등을 통해 전·월세난에 공감한다며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난 23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고민이지만 다른 왕도는 없다. 전셋값 상승, 급격한 월세화 등을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걱정이고 고민”이라며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주택은 뚝딱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전·월세 대책은 다른 대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올 3월에 취임한 유 장관이 언제 정치권으로 돌아갈 지를 놓고 벌써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차기 장관이 내정됐다는 소문도 나오는 상황이라 장기는 커녕 중기 대책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부동산이 우리 실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지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가 전·월세 문제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해 소신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부처는 몰라도 국토부 만큼은 총선 전에 정치인이 장관으로 임명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