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문을 연 혁신센터들이 짧은 시간에 알토란 같은 성과물을 내고 있습니다. 창조경제가 활활 불타오르고 각 지역의 혁신센터가 정말 발전해 나아가면 그것처럼 행복할 수 없습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은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서 열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대통령이 개소식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주요 행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7일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후, 기어 VR로 석굴암 가상공간 체험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건 '창조경제'의 산파(産婆) 역할을 하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근 13개(민간자율형 제외)까지 늘어나면서 '7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해 9월 삼성과 대구시가 제 1호 혁신센터를 연 뒤 9개월 사이에 가시적인 성과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혁신센터는 정부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맞춤형 창조경제 역량 강화를 위해 시·도별로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지역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각 센터는 삼성, LG 등 전담 대기업이 배치돼 있는 게 특징이다. 중앙정부가 밑그림을 그리고 사업 추진을 진두지휘하면서 각 센터의 운영을 전담할 지자체와 자본력·사업 노하우를 갖고 있는 대기업을 모아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금까지 전담 기업, 지자체, 정책금융기관 등의 재원으로 총 5150억원 규모의 창업·벤처 펀드를 만들었고, 8670억원 규모의 융자 지원 계획도 마련했다"며 "총 53개 기업에서 235억4000만원 규모의 창업·벤처 투자를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멘토링·컨설팅 4548건, 시제품 제작 698건, 교육·강연 2만6458명 등 아이디어 사업화를 위한 지원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구에 '1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선보인 삼성그룹은 지난 연말 구미시에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어 '2관왕'을 기록했다. 삼성이 지원하는 대구혁신센터는 창업 공간인 씨랩(C-lab)을 운영하며 스타트업 18개팀에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해외 진출 등의 컨설팅을 제공했다. 또 '삼성벤처파트너스데이'를 통해 14개 업체에 22억5000만원의 투자가 확정됐고, 추가로 4개 업체에 총 30억원 규모의 투자 협상도 진행 중이다. 삼성은 대구센터와 경북센터를 통해 올 6월부터 지금까지 3만8000건의 등록 특허를 개방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 SDI, 삼성전자 등 4개 기업이 참여해 모바일 기기, 디스플레이, 통신, 반도체,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특허가 개방 대상에 포함됐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지금까지 멘토링·컨설팅 4548건, 시제품 제작 698건

현대기아차그룹과 광주시가 함께 운영하는 광주혁신센터는 올 1월에 문을 열어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원스톱 창업 지원' 체계를 구축했고, 수소연료전지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창조적 전통시장 육성, 100억원 규모의 서민 생활 창조경제 기금 조성, 문화와 산업을 융합한 '창조문화마을' 꾸리기도 추진되고 있다.

LG가 운영하는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들어선 충북혁신센터는 생명과학과 화장품·뷰티(미용)를 접목한 신산업 창출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 개소 후 대기업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지식재산권을 중소·벤처기업과 공유하는 '특허 지원 창구'가 만들어져 약 5만4000건의 특허가 기업에 개방됐다.

SK그룹의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해 10월 '드림 벤처스타 1기'로 선정돼 입주한 10개 벤처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10개 벤처기업은 지난 5월 말 현재 ▲13억3000만원의 자금 유치, ▲매출 3.5배 증가(3억원→10억4200만원), ▲고용 56% 증대(41명→64명)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최근 SK그룹의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의 불렌트 굴테킨 교수는 "한국의 산업구조는 인력 활용이 매우 중요한데,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런 구조에 적합한 고급 인력을 키울 수 있는 맞춤형 모델"이라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문호를 개방해 유능한 인재들이 모이는 '아시아의 센터'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