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메디컬뷰티연구소는 올 8월 출시할 '에스트라 리제덤 RX 쿠션' 제품의 막바지 점검에 바쁘다. 이 제품은 피부세포 재생을 돕는 성분과 저자극성 자외선 차단제를 특수 스펀지에 담아 퍼프(puff·분첩)로 톡톡 찍어 바르도록 한 제품이다. 유정현 팀장은 "여드름이나 아토피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주고객"이라며 "특허 기술을 활용해 쿠션 화장품 형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1위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올 3월 계열사인 태평양제약의 사명(社名)을 '에스트라'로 바꾸고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분야에 뛰어들었다. 임운섭 대표는 "코스메슈티컬과 항노화(抗老化), 비만, 헤어, 피부 의약 등 5개를 집중 공략해 지난해 790억원대인 매출을 2020년까지 2500억원대로 늘려 아시아 의료 화장품 1위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비쉬·아벤느·라로슈포세와 독일의 유세린 등 유럽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도전하고 있다.

화장품과 의약품의 결합…차세대 'K-뷰티'

국내 코스메슈티컬 시장 규모(5000억원대)는 화장품 시장(약 17조원)의 3% 수준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훨씬 더 높다는 평가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35조원 규모인 세계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일반 스킨 케어 시장보다 2배 이상 빠른 연평균 15%씩 커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치료 효과가 있는 기능성 화장품 수요가 최근 급증해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에 있는 올리브영 매장에 수입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이 진열돼 있다. 수입 제품이 장악한 이 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국내 화장품·제약업체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차앤박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아토피 케어 화장품을 출시하고 병원에서 면세점 등으로 유통망을 넓혀 작년 대비 이 분야 매출을 20%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마스크팩 제품으로 중국에서 급성장하는 산성앨엔에스의 리더스코스메틱은 최근 중국 당국의 공식 위생허가(CFDA)를 받았다. 올 8월부터는 미주 시장에 진출한다.

올 4월 '센텔리안24' 브랜드로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동국제약은 상처 치료제인 마데카솔의 주성분을 함유한 '마데카 크림'을 TV 홈쇼핑에서 판매해 단일 제품으로 수십억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한미약품은 피지와 각질 제거용 화장품을, 대웅제약은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키는 '상피세포 성장 인자' 특허 기술로 '이지듀' '셀리시스' 같은 브랜드 제품을 각각 내놓았다. 대웅제약의 화장품 분야 매출은 2012년 90억원에서 지난해 150억원이 됐다.

"항(抗)노화 분야 등 기술력 키워야"

전문가들은 "코스메슈티컬 분야에서 경쟁력은 기술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기업들이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기술 격차를 확실히 벌려 놓지 않으면 3~5년 내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덕 한국화장품미용학회장(숙명여대 교수)은 "프랑스 정부는 화장품을 7대 국책 산업의 하나로 지정해 과감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제약산업에 대한 지원의 10분의 1 정도만 화장품 분야에 투자해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성 화장품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등을 돕는 '글로벌 코스메슈티컬 개발센터'가 최근 충북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착공됐지만 완공은 2년 후에나 가능하다.

박수남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바이오·나노 기술과 피부 과학을 융복합한 고(高)기능 제품으로 특화한 기업이 미래 글로벌 화장품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항노화(anti-aging) 분야 등에서 기초와 응용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코스메슈티컬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을 합성한 용어. 의학적으로 검증된 기능성 성분을 이용해 만든 '치료 화장품'을 뜻한다. 미백(美白), 주름 개선에서 한걸음 나아가 피부 질환 치료를 돕는 제품이다. 차세대 'K-뷰티'를 이끌 고부가 성장 분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