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놓고 삼성과 분쟁 중인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이 26일 합병 반대 주장을 담은 추가 자료를 배포했다.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위해 자사가 개설한 웹사이트(http://www.fairdealforsct.com)에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제안에 대한 엘리엇의 추가 관점’이라는 제목으로 15쪽 분량의 자료를 게재했다. 엘리엇은 지난 18일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소송 공개 심리를 앞두고 첫 번째 자료를 게재한 데 이은 것이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자료 배포에 대해 삼성물산과 엘리엇이 위임장 대결이 본격화 되면서 엘리엇 측 논리를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자료에서 엘리엇은 2월초부터 삼성물산 측에 합병 반대 의견을 수 차례 개진했고 삼성물산 이사진의 독립성이 의심된다는 추가 주장을 내세웠다. 엘리엇은 “올해 2월 4일 삼성물산 측에 서한을 보내 ‘지금과 같이 주가 약세 상황에서 삼성물산 이사회가 회사의 인수 및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주주 가치에 부정적인 충격을 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이후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 계열사 간 인수합병(M&A)이나 사업부 재편 등에 대해서 5차례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엘리엇과 삼성물산은 4월 9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용호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장(CFO)가 참석했다. 엘리엇은 관련 내용에 대해서 모호하게 서술하였으나, 지난 19일 가처분 공개 심리에서 엘리엇 측은 “당시 삼성물산 고위 임원에게 합병 계획에 대해 질의했다”며 “합병 계획이 없고 고려하지 않는다는 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당시 질의에 대해 포괄적인 설명을 했을 뿐”이라며 “이후 경영 계획이 심각하게 바뀌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후 엘리엇은 4월말 특정 시점에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에 대해서 합병 제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1달이 채 안되어 합병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요한 경영상 판단을 그렇게 급박하게 결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엘리엇 논리의 함의(含意)다.

엘리엇은 “합병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이사진의 독립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이번 합병은 후계승계와 연관된 삼성그룹 계열사 재편 때문에 단행된 것”이라며 “(이사회 들) 기업 지배구조에서 (독립성을 유지할) 적절한 보호장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성장 전망에 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측이 확실한 근거가 없는 “투기적인 예측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은 합병 법인인 새 삼성물산이 2020년 매출 6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매출은 28조4000억원, 제일모직은 5조1000억원으로 이를 합치면 33조50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