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스마트폰 앱 이용자를 끌기 위한 '맞춤형 콘텐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털이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똑같은 화면 대신 이용자들의 선호를 학습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알아서 보여주는 식이다. 기계에 맡기지 않고 본인이 직접 보고 싶은 콘텐츠들로 모바일 첫 화면을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1 네이버 모바일 앱. 2 카카오톡‘채널’서비스. 3 다음 모바일 앱.

보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먼저 물꼬를 튼 것은 네이버다. 올 3월 '개인 설정 기능'을 모바일 네이버 앱의 첫 화면에 적용했다. 이용자 개개인이 자신의 첫 화면을 편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PC 서비스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었지만 호응이 높지 않았다.

모바일은 달랐다. 3개월이 지난 현재 이용자 3명 중 1명꼴(32%)로 이 기능을 쓰고 있다. 네이버 앱을 켜면 나타나는 첫 화면을 동영상·쇼핑·웹툰 등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로 바꾼 사람이 27만명이다. 네이버 한성숙 서비스총괄 이사는 "모바일은 맞춤형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욕구가 높은 데다 로그인 기반 이용자가 많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 앱에 자동 로그인 설정을 해놓고 쓰는 비율은 61%. 이용자의 프로필을 알고 있다 보니, 패션·뷰티 등 일부 서비스에선 네이버가 성별·나이를 고려해 다른 콘텐츠를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35세 미만 여성에게는 '올여름 핫한 선글라스 코디'나 '믿고 쓰는 트러블 제품 추천' 콘텐츠를 제시한다. 또 35세 이상 여성에겐 '분위기 산뜻해지는 주방타월' '임산부에게 필요한 바디필로' 등을 보여주는 식이다.

다음카카오도 최근 이용자의 선호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루빅스(RUBICS)' 시스템을 모바일 앱에 적용했다. 한 번만 접속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죽 둘러보기만 하면 시스템이 사용자 취향을 파악해 다음부터는 맞춤형 콘텐츠를 보여준다. 최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관심사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 '채널'에도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다음카카오는 연내에 모든 모바일 콘텐츠에 이 기능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포털 '바이두'도 웹 및 모바일 검색의 추천 기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의 콘텐츠 추천 솔루션 업체 '타불라(Taboola)'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체류 시간 늘리고 맞춤형 광고 용이

이 같은 맞춤형 서비스가 화두(話頭)가 된 배경은 일단 스마트폰 화면이 작기 때문이다. 원하는 콘텐츠를 보려면 여러 단계를 거치거나, 화면을 수차례 넘겨야 하는 경우도 잦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바일에서는 원하는 정보를 첫 화면에서 곧바로 보고 싶어하는 이용자들의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네이버 모바일 검색창에 입력된 '○○○ 추천' 문구를 분석해 보면 이 같은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1년에는 주간 기준으로 33만건이었지만, 올 들어선 630만건으로 20배가량 증가했다. 포털 입장에서는 이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추천 콘텐츠'를 검색 전에 미리 보여주는 것이 큰 과제가 된 셈이다.

맞춤형 콘텐츠는 포털에게도 이익이다. 일단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이 증가한다. 네이버는 모바일 첫 화면을 개편한 지 8주 만에 주(主) 이용층인 20대 이용자의 평균 체류 시간이 16.6분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도 루빅스 시스템을 부분 적용한 지 한 달여 만에 전체 클릭 수가 2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개개인의 관심사를 반영하다 보니 이용자에게 보이는 기사 수도 기존의 3배 수준으로 다양해졌고, 이용 시간도 1.8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수익성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패션·뷰티 콘텐츠에는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 이용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광고 효과가 더 높아졌다.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접하다 보니 댓글이 정화(淨化)되는 효과도 있다고 네이버 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