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3일 유선상품은 결합상품 판매시 덤으로 주는 미끼상품이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동등비율 할인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합상품 공짜 마케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등비율 할인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는 2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동통신사의 ‘공짜’ 마케팅이 미디어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윤두현 KCTA 회장과 하동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 회장, 최종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CJ헬로비전, CMB, 씨앤앰, 현대HCN 등 관련 업계 기업들이 참석했다.

이날 KCTA는 이동통신업계가 결합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이동통신에 가입하면 초고속 인터넷이나 IPTV(인터넷TV)를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해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은 무료라는 인식을 자꾸 심어주니 소비자들도 이제는 유선상품을 ‘공짜’나 ‘미끼상품’ 정도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KCTA는 결합상품 구성별 ‘동등비율 할인’을 제도화해 공정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결합상품의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말고, 개별 상품마다 동일한 할인율을 적용해 사업자간 경쟁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두현 회장은 “동등비율 할인은 결합상품이 주는 혜택을 축소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고지하고 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최소한의 규제이자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6만2000원과 3만4000원짜리 이동통신 회선 2개와 2만원짜리 초고속인터넷을 묶은 결합상품(총 11만6000원)이 있다면, 현재는 이 가운데 초고속인터넷(2만원)만 할인해준다. 이 경우 할인율은 17.24%가 된다. KCTA는 이 결합상품을 구성하는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상품 모두에 17.24%의 할인율을 각각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결합상품 할인 방식 변경 전과 후 예시(요금 단위 : 원). 케이블TV 업계는 특정 상품의 요금만 일괄 할인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결합상품을 구성하는 모든 개별 상품에 동등한 할인율을 적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수 KCTA 사무총장은 “근본적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를 마냥 기다리다 보면 국내 방송 시장이 황폐화되고 재건의 기회를 완전히 놓칠지 모른다”며 “동등비율 할인을 통해 유선상품에도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 상황 평가’에 따르면 케이블TV 사업자의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은 2008년 37.8%에서 2013년 17.9%로 급감했다. 반면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은 같은 기간 62.2%에서 82.1%로 증가했다.

KCTA는 과거에는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의 결합상품 구성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2007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변했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과 KT(030200)가 결합상품 경쟁에 뛰어든 후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영국 CJ헬로비전상무는 “이동통신사들이 위약금으로 고객을 단단히 묶어두고 있어 전환 영업을 하기 어렵다”며 “동등비율 할인이라도 우선 제도화한 뒤 단계적으로 개선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케이블TV 업계가 주장하는 동등비율 할인에 관한 부분도 적절한 대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