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기보다 통신이 더 빨리 들어왔다. 전기가 들어오기 2년 전인 지난 1885년 6월(고종 22) 청나라와 조선은 일본과 러시아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광화문 육조거리에 한성전보총국이라는 통신기지를 세웠다. 그 이후 광화문은 국내 통신 산업의 상징이 됐다. 올해가 국내 통신산업 130주년인데, 한성전보총국을 우리나라 통신 역사의 시작으로 봤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바로 옆 화단에 설치된 한성전보총국터 기념비

광화문의 통신 역사는 KT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2015년 1월 신관(이스트)을 준공하고 집무실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명맥은 더 두터워졌다.

◆광화문에 모두 모인 KT의 미래와 과거

KT 광화문빌딩(구관)과 신관은 KT의 과거와 미래를 상징한다. 구관은 1981년 처음 들어섰고 국제전신전화국과 체신부가 함께 건물을 사용했다. 이후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고 KT 전신인 한국정보통신공사가 1986년부터 지금까지 맡아 사용하고 있다. 30년 넘는 기간 동안 KT는 본사를 두 차례 옮겼지만 영업부서 등을 광화문에 남겨뒀다.

신관은 구관 바로 뒷편에 위치해 있다. 25층 높이의 신관은 구관의 머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높게 솟은 신관은 낡은 이미지의 구관보다 통신사업에 집중하는 KT의 미래 모습과 더 닮았다. 황 회장은 신관 준공과 동시에 서초 사옥에 있던 집무실을 비롯해 경영기획, 재무, 인사, 사업기획, 미래융합 등 핵심 부서가 모두 신관으로 옮겼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KT빌딩 이스트(왼쪽)와 웨스트 건물

핵심 부서가 한 자리에 모이니 3~4시간 넘게 걸리던 회의 준비시간(이동시간)은 10분으로 줄었고 부서간 협업도 강화됐다. KT 미래융합실 같은 경우 IOT(사물인터넷)사업을 진행하며 빅데이터, 기업 고객부 등과 협력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다는 내부평가가 나온다. 오영호 KT 홍보실장은 “미래융합실을 중심으로 안전과 같은 핵심 이슈들의 활발한 논의가 있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고 자평했다.

◆임대할 뻔했던 KT신관

KT가 광화문으로 돌아오기까지 16년이 걸렸다. KT는 지난 1986년 한국정보통신공사 시절 육조거리에 처음 자리 잡았다. 이후 1998년 공기업 지방 이전 계획 목적으로 경기도 분당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2002년에 민영화된 KT는 고민에 빠진다. 광화문과 분당으로 이원화된 상황에 업무 협업이 불가능했다. 특히 도심지와 떨어져 있어 치열해지는 통신업계 경쟁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석채 전 회장은 2009년에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지금의 신사옥부지인 청진동 1구역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부동산 업무를 담당했던 오 실장은 “부지를 매입하면서 구관과 신관을 연결해 소위 ‘IT타운’을 광화문에 만들 계획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준공을 1년여 앞둔 2013년 말에 문제가 발생했다. KT가 지난 2013년 4분기 15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것이다. KT 일부에서 신사옥을 임대주고 규모가 더 작은 곳으로 옮기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놨다. 그렇게 해서라도 적자 폭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 실장은 “광화문의 땅값이 다른 곳보다 비쌌다. 내부에서 좀 더 저렴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낫지 않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KT 이스트 건물 지하에 위치한 커피숍와 회의실

그렇다고 임대 상황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었다. KT 신사옥이 자리 잡은 청진동 일대 전체가 재개발 되면서 곳곳에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늘었다. D타워, 라이나생명 빌딩, 그랑서울, 르미에르 빌딩 등이다. 성원제 KT 상무는 “당시 부동산 시장이 변하고 있었다. 재개발로 인해 땅값은 올랐지만 사무실 공급량이 급증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2014년 1월 KT회장으로 취임한 황창규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 황 회장은 취임 후 신관 사옥을 둘러본 뒤 당초 계획대로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신사옥 이전을 통해 부서 간 협업 강화와 집중화 전략을 펼치겠다는 복안이었다.

광화문으로 핵심부서를 집결했듯, KT는 내실 다지기에 몰두하고 있다. 황 회장은 이석채 전 회장이 추진했던 비통신사업을 대부분 정리하고 오로지 통신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8000여명 규모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전국 지사도 236개에서 79개로 줄였다.

그 결과 당장 실적은 개선됐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806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영업이익도 32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늘었다. 다만 사업 축소로 이뤄낸 실적 개선이 아닌 주력 사업 확대로 영업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숙제가 황 회장과 KT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