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아프리카에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1만1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병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올해 멀리 떨어진 한국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이런 전염병 대책을 우주에서 찾는 과학자들이 있다. 인공위성으로 전염병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 시각) "인공위성의 자료를 이용해 독감, 콜레라 등 치명적인 전염병 창궐을 2~5달 전에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의 '위성을 이용한 중남미 지역의 독감 확산 연구'를 예로 들었다. 이들은 3년간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지역의 54개 병원을 위성으로 관찰, 병원 주차장의 차량 숫자로 독감 확산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겨울에 멕시코의 병원 주차장이 혼잡해져 주변 길거리에 차량을 주차하기 시작하면,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칠레·아르헨티나 순으로 독감이 번져 나간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는 아프리카 등에서 동물 무리 이동을 위성으로 감시하고 있다. 메르스 등 최근 전염병 상당수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린다. 전염병을 옮기는 낙타나 사슴, 들소 등의 움직임을 알면 다음에 전염병이 발생할 지역을 예측할 수 있다.

콜레라 출몰을 4~6주 전에 예측하는 기술도 있다. 콜레라 원인균인 비브리오균은 물벼룩에 기생한다. 미국 뉴잉글랜드대 연구팀은 2009년 바닷물 수온이 상승하면 물벼룩 먹이가 풍부해져 비브리오균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온이 높아지면 플랑크톤이 번식, 바닷물에서 푸른 색이 짙어진다. 바닷물 색 변화는 위성으로 미리 알아낸다. 바닷물 수온 상승부터 실제 비브리오균 확산까지는 4~6주가 걸리는 만큼, 콜레라 발생 경보를 미리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해양관측기상위성인 '천리안' 등 다양한 인공위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한 전염병 연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경인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개발실장은 "아직 한국에서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인공위성 정보를 이용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