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은 이번 시내면세점 특허 획득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때 롯데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가 이번 입찰에 의지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우선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이나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처럼 오너인 신동빈 회장(사진)의 지원사격이 안보인다. 또 신세계나 한화갤러리아, 현대백화점 같이 입지 화제성도 떨어진다. 오히려 이번에 롯데가 면세점 특허를 받게 되면 곤란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과점 논란에 롯데 “몸 사리나”

사실 롯데는 정부가 시내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내주는 것이 달갑지 않다. 서울 시내에는 롯데(3개), 신라(1개), 워커힐(1개), 동화(1개) 등 6개 면세점이 영업 중이다. 여기에 대기업 2개, 중소중견기업 1개 총 3개가 늘어나면 기존 롯데면세점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

롯데의 관심은 사실 소공동과 잠실 월드점 등 기존 사업장을 지키는 것이다. 6월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 중 상당수가 롯데 소공동·잠실 면세점 사업권이 만료되는 12월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대기업 독점 등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존 사업자가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특허권을 이어받는 자동갱신 관행을 바꿔 5년마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제품을 보고 있는 중국 관광객.

롯데는 시내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공동과 월드점 사업권을 다른 곳에 빼앗기는 최악의 상황을 면해야한다. 롯데 입장에서는 이번 입찰 참여가 기존 사업권 수성도 불투명해 미리 다른 사업장이라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럼에도 롯데는 이번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번에 특허를 받으면 12월에 있을 소공동과 잠실면세점 재심사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번에 혹여나 롯데가 특허를 받게되면서울시내에만 무려 4개의 면세점을 보유하게 돼 12월 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서울시내면세점 가운데 롯데의 점유율은 60.5%에 이른다.

◆ 규모는 중소·중견면세점보다 작아

롯데의 서울 시내면세점 후보지는 ‘동대문 피트인’이다. 롯데면세점은 중소 면세사업자인 중원면세점과 함께 지상·지하 총 11개 층에 복합 면세타운 형태로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패션, 시계, 액세서리 품목 등을, 중원면세점은 술, 담배, 잡화 품목 등으로 나눠서 판매를 한다.

중소 면세점 사업자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드는 등 그럴듯하게 입찰에 참여했으나 면세점 규모가 작다. 동대문 피트인에 5개 층 8387㎡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입찰에 참여한 7개 업체 중 가장 작은 수준이다.

롯데면세점의 시내면세점 후보지인 동대문 피트인.

경쟁사들의 면세점 규모는 HDC신라면세점 용산아이파크몰 2만7400㎡, 신세계 본점 본관 1만8180㎡, SK네트웍스 동대문 케레스타 1만5180㎡, 현대백화점 무역점 1만2000㎡, 이랜드 서교 자이갤러리 부지 1만4743㎡, 한화갤러리아 63빌딩 1만72㎡ 등이다. 중소·중견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유진기업 면세점 사업지(매장면적 9900㎡)보다도 협소하다. 다만 함께 피트인에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인 중원면세점의 공간 2개 층 3762㎡를 합치면 1만2149㎡로 늘어나게 된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후보지로 내세운 동대문 피트인의 면세점 규모가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 사실”이라며 “건물 상징성도 떨어져 이번에는 입찰 참여에 의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교통·주차장 문제 해결 숙제...마땅한 방법 없어

관세청이 마련한 보세판매장 심사 평가표를 보면 합계 1000점 가운데 경영능력(300점)과 관리역량(250점)이 절반이다. 때문에 액면으로만 보면 롯데면세점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30여년전부터 면세점을 운영했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은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대형버스 주차공간은 낙제점 수준이다. 동대문 피트인에는 승용차 165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버스 주차장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대형버스가 주차할 공간이 필요하다.

동대문 DDP주변에 관광버스가 주차돼 있다.

결국 소공동 롯데면세점처럼 관광버스가 관광객들 내려주고 쇼핑 시간이 끝날때까지 주변 도로를 배회하는 형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주변 상인들도 주차 교통 문제가 심각해 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롯데피트인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모씨는 “면세점이 들어서서 중국인들이 들어오면, 손님이 조금 늘어나기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지금 동대문 인근은 교통이 혼잡한 시간에 퇴계로에서부터 길이 막히는데, 주차문제를 어떻게 해결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