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중국 샤오미(小米)는 최근 50만원대 벽걸이형 에어컨을 공개했다. 에어컨뿐만이 아니다. 샤오미는 최근 UHD(초고화질) TV, 공기청정기, 스마트밴드, 휴대용 배터리 등 각종 가전제품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삼성·LG와 같은 종합 가전회사를 방불케 할 정도다. 심지어는 여러 개의 전원 케이블을 꽂는 멀티탭, 자기 사진을 찍는 데 쓰는 셀카봉까지 판매한다.

중국에선 '샤오미제이션(Xiaomization)', 즉 모든 제품의 샤오미화(化)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작은 좁쌀(小米)'이란 뜻을 가진 이 회사의 광폭 행보는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질까.

스마트홈 장악 나선 샤오미

샤오미의 경쟁력은 애플을 표방한 깔끔한 디자인과 준수한 성능, 저가(低價) 전략이다. 이미 '안방'인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선 작년 3분기부터 삼성·애플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올 1분기에도 자국에서 정상(頂上)을 지켰고, 삼성은 4위까지 미끄러졌다.

샤오미가 만든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미밴드'도 올 1분기 글로벌 2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출하량은 이미 600만대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인도·말레이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인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국 제품을 모방한 저가 기기로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한 삼성과 같은 한국 기업들의 30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샤오미의 지향점은 국내 대기업처럼 제조(製造)에 집중한 종합 가전회사가 아니다. 모든 가전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이 궁극적인 목표다.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 3월 독일의 전자통신 박람회 '세빗'에서 "이미 2년 전부터 스마트홈 기술을 준비해왔다"며 "우리 모바일 기기가 보급된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미밴드를 찬 사용자가 집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에어컨이 켜지고 잠들면 취침 모드로 변하는 식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5~10년 내 삼성 넘는다"

샤오미발(發) 태풍은 중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아직 한국에 정식 진출하지도 않았지만 인기는 이미 국경을 넘었다. 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가 최근 '샤오미 원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할인 행사에서 미밴드·공기청정기·체중계 등 한정 물량 666대는 1시간도 채 안 돼 매진됐다. "중국 제품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을 바꾸는 것이 샤오미의 임무"라는 레이쥔의 말이 적중하고 있는 셈이다. 샤오미는 삼성전자와 같은 하드웨어 회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철저한 소프트웨어(SW) 회사다. 레이쥔도 SW 개발자 출신이다. 그가 회사를 창업하고 가장 먼저 만든 것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변형한 자체 운영 체제 '미유아이(MIUI)'다. 본사 직원들도 연구개발(R&D)과 디자인에 집중하고 제조는 아웃소싱에 맡긴다.

저가 제품을 주로 파는 샤오미는 셀카봉 등 액세서리로 수익을 보완한다. 신영증권의 박인금 애널리스트는 "샤오미의 스마트폰 액세서리와 부품은 전체 매출의 3.2%에 불과하지만 이익 기여도는 9.8% 수준"이라며 "저가 스마트폰은 부가가치가 높은 다른 제품을 팔기 위한 통로"라고 분석했다.

샤오미의 광폭 행보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미국에서 개최한 '투자자 포럼'에서 "샤오미가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미스터리하다"며 수익 모델과 경쟁력에 의문을 표한 바 있다. 하지만 샤오미의 레이쥔 CEO는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며 "5~10년 내 삼성, 애플을 뛰어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