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통업체 테스코가 자회사인 홈플러스 매각을 진행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누가 새주인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누가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유통업계 판도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매각은 빠르면 오는 7월초에 예비입찰을 실시하고, 8월 본입찰, 9월 본계약 후 10월에 전체 일정을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각 가격은 7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정과 매각 금액은 테스코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주변 상황이 녹록치 않다.

◆ 국내 유통회사 인수 가능할까

테스코는 대형마트 140개, 수퍼마켓 377개를 가진 홈플러스의 매각 대금으로 7조원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7조원 이상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국내 대형마트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 업체가 대형마트 산업에 도전장을 던질 만한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 롯데마트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독과점 규정에 저촉돼 인수 승인이 어렵다.

여기에 대형마트는 이른바 ‘유통산업발전법’ 때문에 출점 및 영업환경에 적잖은 제약을 받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소비 위축으로 2014년 매출 7조526억원, 영업이익 19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40% 감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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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매각 규모가 7조원 이상으로 전망되면서 이 정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통 대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과 농협 정도가 실제 인수가 가능한 업체로 꼽히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서 유일하게 대형마트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현대백화점이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되면 더욱 탄탄해진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농협의 경우 농수산물 비중이 52%를 넘으면 의무휴업 규제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다만 농협은 아직까지 인수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 사모펀드에게는 매력적 매물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사업부를 분할하거나 매장을 지역별로 쪼개 매각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PEF도 이 경우 적극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KKR, 칼라일, CVC파트너스, MBK파트너스, 미래에셋PE 등이 사모펀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분할 매각의 경우 막판에 악성매물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의 유망사업장은 분할 매각이 가능하더라도 지방에 매출이 저조한 곳은 매물로써 가치가 없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가지고 있는 수도권 핵심 점포의 경우 인수 매력이 있지만, 나머지 점포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분할해 매각하면 결국 막판에는 악성 사업장들이 남아 처분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계 실패 트라우마 극복도 관건

중국 유통업체 뱅가드는 테스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뱅가드는 2014년 테스코 본사로부터 중국 테스코를 인수했다. 테스코는 중국 테스코 지분 20%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뱅가드 입장에서는 홈플러스가 국내 대형마트 2위 사업자인 만큼 한국에서 단번에 사업을 확장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만 외국계 대형 할인매장이 국내시장에서 현지화에 실패해 철수했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프랑스 까르푸와 미국의 월마트가 한국에서 사업을 포기 매각했다. 세계 2위 프랜차이즈 대형 할인매장인 프랑스 까르푸는 1996년 중동점을 개점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10년간 전국 32개 점포를 세우며 외형을 키웠다.

월마트는 1998년 네덜란드 합작법인 한국마크로 점포를 인수하면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전국에 16개 매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카르푸와 월마트 모두 낮은 시장 점유율과 현지 적응에 실패하면서 철수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각 소문에 전부터 계속 나왔던 상황이라 매각이 될 상황이었다면 이미 팔렸을 것”이라며 “또 홈플러스와 임직원은 고객 정보 판매와 관련 최근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진행 중이라 매각 자체가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