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에는 폐허가 된 들판 위로 날고 있는 드론(무인기)을 주인공이 사냥하듯이 따라가 낚아챈 뒤 필요한 부속을 떼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 드론이 쉬지 않고 날 수 있게 한 동력(power source)은 '태양광'(solar energy)이다. 인터스텔라는 공상과학(SF)을 다루지만, 이 대목은 결코 SF가 아니다. 이미 소형 드론에서부터 각종 웨어러블(착용형) 제품까지 다양한 태양광 충전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야외 활동을 하면서 메고 다니면 충전이 가능한 ‘솔라 백팩’, 태양광을 이용해 충전하는 스와로브스키의 팔찌형 웨어러블 기기, 빛만 있으면 스스로 충전하는 로지텍의 무선 키보드(오른쪽 위부터 아래로).

해외 벤처기업인 니보(Nevo)는 오는 8월 태양광으로 구동하는 스마트워치 '니보 워치'를 시판할 예정이다.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전자 전시회 'CES 2015'에서 소개된 이 제품은 시침·분침으로 시각을 표시하면서 진동으로 스마트폰의 알림을 알려주고, 눈금의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이용해 운동 목표량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특히 아날로그풍 디자인뿐만 아니라 태양광 충전이 가능해 야외 활동 시간이 길어져도 배터리가 동날 염려가 없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스마트 워치 이용자 중에는 방전이 될까 봐 수시로 체크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태양광 충전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 제품은 현재 온라인으로 사전 주문을 받고 있으며 예상 가격은 300달러 정도다. 유명 시계 브랜드인 카시오도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고 태양광은 물론, 형광등에서 나오는 미세한 빛까지 동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시계 '에디피스 EQB-510' 모델을 출시했다. 일본 내 인터넷 쇼핑몰 판매 가격은 약 83만원이다.

모바일 기기의 특징은 배터리가 방전되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특히 캠핑이나 등산 등 야외 활동을 하다가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 주말에 산과 바다로 떠날 때를 대비해 태양광으로 충전할 수 있는 보조 충전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어깨에 메는 배낭(백팩) 뒤쪽에 태양광 모듈을 장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솔라 백팩' 제품도 있다. 국내에는 스포츠 브랜드인 데상트가 개발한 충전 백팩 '얼터레인-S'가 나와 있으며, 해외 쇼핑몰에선 훨씬 다양한 솔라 백팩을 만나볼 수 있다.

태양광 충전 기술은 PC 주변 기기에도 적용되고 있다. 로지텍은 무선 솔라 키보드 '로지텍 K750r'을 판매 중이다. 빛만 있으면 저절로 충전되고 어둠 속에서도 3개월 이상 충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8만여원에 살 수 있다. 로지텍 관계자는 "전력 소모가 적은 PC 주변 기기는 굳이 충전할 필요가 없고 배터리를 갈아줄 필요도 없는 제품이 앞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형 웨어러블 제품 중에도 태양광 충전 방식을 적용한 제품이 등장했다.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는 최근 웨어러블 시장에 진출하면서 유리 표면을 태양광 모듈처럼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스와로브스키 샤인 컬렉션'을 출시했다. 겉으로 보면 팔찌처럼 보이지만 활동량이나 잠들어 있는 동안의 신체 변화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이다. 충전이나 배터리 교환이 필요 없다. 태양광 모듈을 장식품처럼 만들어 디자인이 돋보인다.

앞으로 본격적인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 여기에 필요한 각종 센서 역시 태양광을 전력원으로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사용량이 많지 않고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기 어려운 센서일수록 태양광 충전이 유용하다. 또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 스마트 기기를 판매할 때도 태양광을 이용하는 기기가 유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