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명실상부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대국(大國)이다. 국무원 산하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이하 공상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창업기업 수는 365만개에 달했다. 매일 1만개의 기업이 새로 탄생한 셈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革新)'을 새로운 국정지표로 내세우며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의 레이쥔 창업자, 메신저·게임 업체인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 등 성공한 1세대 창업자들도 정부의 이런 기조에 발맞춰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하며 후배들의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전면에 나서 창업 독려하는 중국 창업자들

대표적인 인물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다. 그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기조연설 연사로 참가해 "앞으로 30년간 IT(정보기술)가 아닌 DT(데이터 기술)가 주도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고객의 요구를 더 많이 경청하는 기업이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마윈 회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중국 등 세계 각지를 오가며 자신의 미래 비전과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또 중국 정부가 창업 보육을 위해 추진해야 할 사안 등에 대해서도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작년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15년간 중국 정부와 소통하고 그들이 풀고자 하는 문제에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 참가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창업자들도 많다. 양회는 중국에서 매년 3월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통칭하는 말이다. 올해 양회만 하더라도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포털 업체 바이두의 리옌훙 창업자, 샤오미의 레이쥔,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 레노버의 양위안칭 회장 등이 참석했다.

샤오미의 레이쥔 창업자는 매년 양회 때마다 정부에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3년에는 특허권 사용 확대, 작년에는 빅데이터 전략 실행 가속화를 요구한 데 이어 올해는 "인터넷을 국가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창업을 방해하는 규제(회사법)를 개혁해 창업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다. 마화텅 회장 역시 인터넷을 활용한 식품안전 문제 해결,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대외 행사뿐만 아니라 자사의 신제품 발표, 실적 발표 등에도 직접 참석한다. 주주들에게는 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예비 창업가들에게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 회사의 비전을 선보이는 것이다.

중국의 창업가들은 자국의 정치·경제 행사인 양회부터 해외에서 열리는 콘퍼런스까지 대외 활동에 활발히 나서면서 기업가 정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가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중국 양회에서 발언하는 바이두의 리옌훙 창업자, 본지와 인터뷰하는 샤오미의 레이쥔 창업자, 회사 실적 발표회에 참가한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

한국은 '은둔의 경영자' 많아

한국은 이와 상반된 모습이다.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 다음의 이재웅 창업자, 다음카카오의 김범수 의장, 넥슨의 김정주 회장 등 한국의 대표적인 창업자들은 대중들의 눈앞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가끔 대학이나 창업지원센터에서 여는 소규모 강연에 참석하지만 대부분 비공개 행사로 진행된다.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는 일도 거의 없다.

게다가 한국 창업자들은 최고경영자 대신 '이사회 의장'이라는 직책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이 대표적이다. 실적 발표는 물론이고 인수·합병(M&A) 등 초대형 이슈에 대해서도 전문경영인이 전면에 나선다. 창업자들은 대외적인 업무보다는 해외 진출, 굵직한 신규 사업 개발 등에 몰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회사들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성공한 창업자들이 '롤 모델'로 활발히 활동하며 후배를 양성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한국 창업가들의 모습은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마윈이나 레이쥔 같은 중국 창업자의 생각과 비전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한 창업자들의 성공 비결이나 노하우를 직접 듣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