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빚을 남겼는데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했다면 결국 손자녀들이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화제다.

A씨는 지난 2010년 6억4000만원의 빚을 남기고 사망했는데, 채권자는 A씨의 아내와 자녀들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자녀들은 상속 포기를 했다. 그러자 채권자는 A씨의 손자녀들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손자녀들이 할아버지인 A씨의 상속인이므로, 결국 할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도 A씨의 아내와 손자녀들이 함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런 결론이 나온 이유는 민법상 상속은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공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손자도 할아버지의 '직계비속'이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상속 발생 시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그다음 순위인 손자녀들이 할머니와 '공동으로' 상속을 받게 되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이 경우 손자녀들이 판결이 난 때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 포기'를 하면 할아버지의 빚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번거로운 절차다. 또한 손자녀가 '상속 포기'를 하더라도 만약 증손자 등 다른 직계비속이 있다면, 증손자가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손자녀가 빚을 상속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위 사례에서 자녀들이 '한정승인'을 했다면 그 빚은 손자녀에게 넘어가지 않는다. 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상속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피상속인의 빚을 변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경우 할아버지의 빚은 그 자녀들이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갚으면 되고, 그 빚은 손자녀에게 넘어가지 않는다.

이때 주의할 점으로 '배우자'인 할머니가 한정승인을 하면 빚이 손자녀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공동 상속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직계비속에 해당하는 자녀가 한정승인을 해야만 그 빚이 다음 직계비속인 손자녀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