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면서 유럽 자금이 국내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그동안 국내 채권 투자의 큰손이었던 중국이 지난달 유럽에 자리를 내줬다. 주식시장에서도 2월 이후 5월까지 9조6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5월 유럽계 자금, 국내 채권에 2.1조원 순투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채권을 4조4000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4월보다 7000억원 늘었다. 순매수 금액에서 만기 상환분을 제외한 순투자 금액은 3조2000억원으로 지난 2013년 2월(3조5000억원)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유럽에서 순투자된 금액이 2조1000억원으로 전체 자금의 66%에 달했다. 국가별로 보면 스위스(1조1258억원)와 룩셈부르크(1조25억원)에서 돈이 많이 들어왔다. 1~4월까지만 해도 두 나라는 월별 기준으로 순투자 금액이 1000억원을 밑돌거나 순매수 금액이 만기 상환분 보다 적은 순유출 상태였다. 프랑스도 지난 3~4월 두 달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으나 5월에는 2000억원 이상 순투자됐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순투자 금액 기준으로 1~2위 권이었지만 지난달 유럽에 밀렸다. 5월 순투자 금액은 4034억원으로 4월보다 세 배 이상 늘었지만 유럽에서 워낙 많은 돈이 들어오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채권은 약 106조원 규모인데 이 중 34조9000억원(32.9%)을 유럽이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미국 18조9000억원(17.8%), 중국 17조1000억원(16.1%) 순으로 집계됐다.

◇ECB 양적 완화로 풀린 돈… 국내 주식·채권시장으로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ECB가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로 푼 돈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올해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채권을 총 1조1400억유로(약 1435조원) 규모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매달 자금 600억유로를 시중에 공급하고 있다.

손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ECB가 본격적으로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한 3월 이후 프랭클린 템플턴, UBS 등 글로벌 투자기관의 자금이 펀드가 주로 등록돼 있는 국가인 룩셈부르크를 거쳐 우리나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3월부터 유럽계 자금은 국내 주식시장으로도 많이 들어왔다. 1월에는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2월 순매수로 전환한 뒤 5월까지 9조6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ECB가 양적 완화를 발표한 이후 국내 금융시장으로 들어오는 유럽계 자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외국인 국내 채권투자 더 늘 것"

유럽을 포함한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 금액은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올해 1~5월 외국인은 국내 채권을 약 17조원 규모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최규삼 한국투신운용 부장은 "만기가 3년 이하인 국고채의 경우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채권 금리가 높은 편이다"면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투자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 자금들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들에게 투자 매력일 수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가격은 올라간다. 이도윤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미국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 채권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에서는 경기를 부양하고 원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금리를 또 한 번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보다 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지면 채권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