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사위는 보통 처가에서 하는 회사를 맡아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정몽구(77)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55)씨는 현대카드 부회장이며 삼성그룹 둘째 사위인 김재열(46)씨는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처가집과 상관없이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재벌가 사위도 간혹 눈에 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딸, 정성이(52) 이노션 고문의 남편 선두훈(사진, 57) 선병원 이사장도 자기 일을 고집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정성이 고문은 1962년생으로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고(故) 선호영 전 대전선병원 회장 차남인 선두훈 이사장과 결혼했다. 그의 나이 만 22살때다. 정 고문은 결혼 후 묵묵히 전업주부로서 내조의 길을 걸어오다 2003년 모친인 고(故)이정화 여사와 함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이사직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재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05년 이노션을 맡으면서 경영자의 길에 본격 들어섰다. 정 고문이 어린 나이에 결혼해 내조에 전념한 남편은 누굴까.

대전선병원을 함께 이끌고 있는 선두훈 이사장과 형제들. 왼쪽부터 차남 선두훈 이사장, 삼남 선승훈 의료원장, 사남 선경훈 차과 전문의. 형제는 모두 다섯명이다. 맏이와 막내는 각각 사업과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남편인 선두훈씨는 대전에 본원을 둔 선병원의 이사장과 인공관절 전문 개발업체인 코렌텍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선병원은 유성 선병원, 선치과병원, 국제검진센터 등을 갖춘 중부권 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은 1966년 선 이사장의 부친인 선호영 박사가 시작한 작은 정형외과에서 선두훈 이사장과 선승훈 의료원장, 선경훈 치과병원장 등 3형제가 물려받아 지금의 규모로 키웠다. 결국 선 이사장은 정 고문과 주말부부로 지낸다.

정 고문의 남편인 선 이사장은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가톨릭대 의대에서 정형외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경영을 맡은 여타 재벌가 사위들과 달리 자신의 일에만 전념했다. 그룹 계열사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선 이사장은 2000년 인공관절 전문 개발업체인 코렌텍을 창업하면서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일하며 엉덩이 인골관절수술 분야의 권위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던 그는 경험을 살려 인공관절의 설계와 생산을 하는 회사를 직접 설립했다. 코렌텍은 지난해 초에는 3D 프린팅 기술을 가진 인스텍을 인수했다.

코렌텍은 2005년 현대차의 특수관계인인 선 이사장과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위아 등이 보유한 지분이 30%를 넘어서면서 현대차의 계열사로 편입됐지만, 2009년 지분율이 30% 밑으로 떨어져 다시 계열 분리됐다. 현대위아는 여전히 코렌텍의 지분을 3.93% 보유 중이다. 사실상 현대차그룹과의 끈은 계속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코렌텍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정회장 오른쪽이 선두훈 이사장

코렌텍은 2013년 3월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선두훈 이사장이 지분 9.22%, 정성이 고문이 6.63% 가지고 있다. 정 고문의 동생인 정명이, 정윤이씨도 각각 0.2%, 0.1%씩 가지고 있다. 이 외 선 이사장의 형제인 선승훈 의료원장, 선경훈 치과병원장이 각각 0.25%, 0.57% 가지고 있다.

코렌텍은 인공관절 전문기업으로 20% 초반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인공관절은 금속이나 세라믹으로 무릎 관절 통증을 없애주는 수술에 사용된다. 선 이사장은 지난해말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 주관 2014년 우수 벤처·창업기업 정부포상에서 코렌텍 창업으로 벤처활성화 부문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코렌텍이 현재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됐지만, 선 이사장이 정몽구 회장의 맏사위인만큼 현대차그룹과 긴밀한 업무협조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현대차그룹 계열에 의료재단이 없다는 점에서 선병원의 서울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낙찰받은 한전부지에 대규모 종합병원을 짓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병·의원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현대차와 선병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