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WWDC 기조연설에 등장하고 있다.

애플의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가 이달 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WWDC는 애플이 앞으로 내놓을 차세대 제품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애플의 ‘열혈팬’은 물론 경쟁 회사들도 이목을 집중한다.

기조연설장에 모인 70여개국의 개발자들의 박수가 최고조에 달하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시간을 지체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쿡은 "새 OS X는 매킨토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며 애플워치는 새 OS를 통해 네이티브 앱을 들여올 것이다"고 말했다.

◆ OS X '엘 카피탄'

쿡은 곧 이어 무대를 크레이그 페데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에게 내줬고, 페데리기는 새 PC용 운영체제(OS)인 'OS X 10.11 엘 카피탄(El Capitan)'을 공개했다.

엘 카피탄이란 이름은 전작의 명칭인 미국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의 봉우리 중 하나에서 따온 것이다. 엘 카피탄은 아예 새로운 프로그램이 아니다. 요세미티의 이용자 경험과 성능을 개선한 업데이트다. 이름의 배경인 셈이다. 엘 카피탄은 이날 개발자들에게 공개됐으며, 일반 이용자에게는 올 가을부터 무료 배포된다.

엘 카피탄은 맥OS에 실행되는 작업들을 한번에 보여주고 관리하는 '미션 컨트롤'의 편의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웹에서 본 사진을 드래드앤드롭으로 이메일에 넣을 수 있고, 창을 정확히 두개로 나눠 보는 '스플릿스크린'이 지원된다.

성능 개선의 예시로는 '메탈'을 꼽았다. 메탈은 애플이 모바일기기 게임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한 새 프로그램개발코드(API)다. 애플은 이를 PC로도 옮겨왔다. 메탈을 통해 그래픽 작업속도와 앱 스위칭 속도가 각각 이전보다 40%, 2배 빨라졌다. 앱 구동은 1.4배 가속됐다.

◆ iOS 9

새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 9도 선을 보였다. 페데리기는 "iOS9은 배터리 수명 개선은 물론 강화된 개인비서 기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강화된 개인비서 기능은 음성지원 서비스인 '시리(Siri)'에 입힌 새로운 이용자 인터페이스(UI) '프로액티브'다. 이 기능은 이용자의 행태를 분석하고 예측한다. 예컨대 이용자가 스마트폰에 헤드폰을 꽂으면 프로액티브가 이를 학습해 음원 재생 앱을 스스로 켜거나 제안하는 식이다. 이날 시연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번호가 저장되지 않은 이용자에게서 전화가 오면 누구인지 스스로 추적하는 기능도 담겼다. 또 새로운 지역을 거닐 때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상점을 추천하거나, 하루 특정 시점에 이용자가 자주 사용했던 앱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리의 속도도 빨라졌다. iOS9에서 시리는 40% 빨라졌으며 음성 인식률도 이전보다 40% 나아졌다.

◆ 애플워치 '워치 OS 2'

케빈 린치 애플 워치부문 수석 부사장은 스마트워치 제품인 '애플워치' 전용 운영체제(OS) '워치OS 2'의 주요 기능들을 소개했다.

워치OS 2는 아이폰을 거치지 않고 애플워치 내에서 구동되는 '네이티브 앱'을 지원한다. 애플워치 전용으로 앱을 만들 수 있게 된 덕분에 오류를 줄이고 구동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애플은 워치OS 2의 개발도구인 워치킷(watchkit)을 통해 애플워치 앱 개발의 접근성을 높였다. 마이크나 센서, 용두에 대한 접근을 개방하면서 개발자들이 다양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배려헀다. 워치OS2는 이날부터 개발자를 대상으로 공개되며 9월에 일반에 배포된다.

◆ 애플페이

WWDC의 첫 여성 발표자인 제니퍼 베일리 애플 시스템 총괄은 애플페이의 영국 진출을 알렸다. 그는 "7월에 영국 대중교통을 포함해 25만개 가맹점을 확보한 애플 페이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며 "영국 신용카드 70%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날 모바일 결제 서비스 회사인 스퀘어와 제휴해 올 가을부터 소규모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애플 페이 리더기를 보급하기로 했다. 리더기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동글로, 아이폰을 갖다대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적립 카드 이용도 간편해진다. 애플페이에 다양한 적립 카드를 사전에 등록해 놓고, 아이폰을 상점에 설치된 리더기에 갖다대면 애플페이가 해당 상점에서 쓸 수 있는 적립 카드를 선택한다.

이밖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핀터레스트는 iOS 기기에 한정해 등록된 상점에서 애플페이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 패스북(Passbook)은 애플페이에 통합해 월렛(Wallet)으로 대체됐다.

◆ '스위프트' 오픈소스로…앱스토어 내려받기 횟수 1000억건 돌파

애플은 이날 프로그램 언어 '스위프트 2'를 오픈소스화(소프트웨어를 누구나 자유롭에 이용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한다고 발표했다. 프로그램 언어는 사람이 컴퓨터와 소통하는 수단이다. 개발자들은 이를 통해 OS X와 iOS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애플은 그간 자사 기술이나 프로그램 언어를 공개하지 않아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애플은 이날 자사의 앱 장터의 성과에 대한 발표도 했다. 앱 장터의 누적 내려받기 횟수는 1000억건을 넘어섰고,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300억달러의 수익을 배분했다. 애플은 "TV가 이용자 5000만명에 도달하는 데 13년이 걸렸다"며 "앱 장터는 17개월에 이를 달성했다"고 했다. 이 밖에 애플은 앱 장터에 등록된 교육용 앱의 수가 19만5000개이며 한 사람당 평균 119개의 앱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원 모어씽(one more thing)'…애플 뮤직

애플은 WWDC의 기조연설에서 핵심을 꼭 마지막에 발표해왔다. 참가자들은 마지막 발표에 앞서 '하나 더 추가하자면(one more thing)'이라는 말만을 기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기조연설의 피날레는 음원 실시간 재생 서비스 '애플 뮤직'이 장식했다. 애플의 음악콘텐츠 부문 수석 부사장인 레코드 프로듀서 지미 아이오바인은 월 9.99달러(약 1만원) 이용료를 받는 애플 뮤직을 선보였다. 첫 3개월은 무료로 제공되며 최대 6인 가족은 월 14.99달러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달 30일부터 100여개국에 서비스를 시작한다.

애플 뮤직을 구동한 모습.

애플 뮤직은 지난해 애플이 3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비츠 뮤직'의 서비스를 개선한 것이다. 장점은 음악 '큐레이션(선별)'이다. 이른바 포유(for you) 기능은 이용자가 선택하는 음원들을 파악해 다른 음원을 추천해준다.

유명 DJ들이 운영하는 라디오 서비스 '비츠 원'도 등장했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24시간 동안 돌아가는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한다. 이 서비스는 가수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액 커넥트(@ Connect)' 기능도 담았다. 타임라인 형태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다.

에디 큐 부사장은 "애플 뮤직을 통해 수만개의 고화질 뮤직비디오를 광고 없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