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위기 관리 능력은 C학점 수준입니다."

캐런 반 버겐〈사진포터노벨리 글로벌 총괄 CEO는 "스마트 기기와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기업 관련 정보가 광속(光速)으로 확산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라며 "전략적 위기 관리는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품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HP·P&G·화이자 등 150여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PR 컨설팅을 하는 포터노벨리는 60개국에 100여개 현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맥도널드 총괄부사장 등을 거쳐 2012년부터 포터노벨리를 이끄는 버겐 CEO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같은 사건이 터질 때 제대로 대응하려면 최고 경영자부터 일선 직원까지 실제 상황을 가상(假想)한 대응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버진갤럭틱의 '스페이스 십 2' 추락 사고 때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은 현장으로 즉시 달려가 우주여행 사업의 위험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혀 비난 대신 공감을 얻었습니다. 작년 말 에어아시아 항공기 추락 사고 때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사태를 수습하며 보여준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그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급속 확산되는 것은 평소 누적된 불만이 이를 계기로 폭발됐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기업은 단기적 위기 관리에서 포괄적 명성(reputation) 관리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평소 기업의 경영 가치와 서비스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로 이뤄진 '신뢰 은행'(credit bank)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