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이제 담지 못할 영역은 없다.", "구글로 인해 세상은 더 평평해졌다(The World is flatter with Google)."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연례 개발자회의 '구글I/O(input output)' 기간 중 주요 미디어와 구글 고위 임원들이 가진 간담회에서 오고 간 말들이다. 지난 28~2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코니 센터에서 열린 이번 행사를 보면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이 행사에서는 스마트 카(car), 모바일 전자결제, 인터넷TV,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 스마트 의류 등 다양한 산업 분야를 넘나드는 수많은 신기술이 소개됐다. 이로 인해 기존 기업들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서 구글과 협력하든지, 그 반대편에 서든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또 구글의 기술에 힘입어 시장에 뛰어드는 수많은 신흥 기업의 도전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 전 세계 기업이 국경과 규모의 차이 없이 초(超)경쟁의 상황에 놓이는 '평평한 세상'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전 영역으로 침투한 구글

구글은 이번 행사에서 의류업체 리바이스와 '스마트 웨어(의류)'를 함께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옷에는 '프로젝트 자카르(Jacquard)'라는 이름으로 개발 중인 첨단 옷감이 들어간다. 옷감 속에 들어간 전선이 센서 역할을 해 옷 위를 손가락으로 문지르거나 두드려서 스마트 기기를 조작하고, 건강관리 서비스에 연결해 운동량과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옷이 스마트 기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향후 이 옷감을 대량 생산하는 체제를 갖추면 누구나 이를 활용해 쉽게 스마트 웨어를 내놓을 수 있다. 이 천으로 만든 시제품 양복을 선보인 구글은 "전 세계 의류 산업의 규모는 스마트폰 산업의 150배"라며 "의류 산업도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개발자회의에서는 다양한 신기술이 대거 베일을 벗었다. 사진 위부터 구글이 카메라 업체 ‘고프로’와 함께 선보인 360도 가상현실(VR) 촬영기기 ‘어레이’, 레이더 기술로 손가락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동작 인식 센서 ‘솔리’, 센서를 내장한 웨어러블(착용형) 스마트 옷감 ‘프로젝트 자카드’. 솔리와 프로젝트 자카드는 구글의 첨단기술개발팀(ATAP)의 이반 푸피레프 박사가 직접 선보였다.

구글은 전방위적으로 협력 파트너를 끌어들이고 있다. 현대차·폴크스바겐·포드 등 35개 자동차 메이커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란 자동차용 운영체제를 활용한 스마트 카를 내놓기로 했다. 비자·마스타카드 같은 신용카드 회사와 맥도널드·스타벅스 등 음식료 업체도 구글의 모바일 결제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스위스 시계업체 태그 호이어는 스마트워치 개발 파트너로 삼았으며, 미국 최대 유료방송 채널 HBO를 안드로이드TV의 콘텐츠 공급자로 만들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구글의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기업이나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게 될 수도 있다. 구글은 이미 전 세계 전자회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공, 연간 10억대의 스마트 기기를 쏟아내고 있다.

기업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이러한 '한계 없는 확장'을 통해 구글이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선다 피차이(Pichai) 구글 수석부사장은 "우리의 기술로 소비자들만 편리해진 것이 아니라 사업가와 개발자들도 더욱 쉽게 세상을 혁신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장기간·고비용의 기술 개발 노력 없이도 손쉽게 첨단 스마트 기기와 서비스를 만들고, 더불어 구글 서비스를 쓰는 전 세계 10억명 이상의 소비자와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벤처기업이 제품·서비스 개발, 마케팅, 배포, 판매의 모든 과정을 인터넷으로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각종 개발 도구와 온라인 장터(구글플레이)를 제공한다. 골리앗(시장을 지배하는 큰 기업)을 무너뜨리는 수많은 다윗(신생기업)이 등장할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개발자회의 같은 행사를 여는 것도 이러한 성과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다.

반면 기존 기업과 구글의 관계는 점점 '프레너미(friend+enemy·친구이자 적)'가 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이런 처지다. 삼성은 안드로이드 기술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업체로 올라섰다. 하지만 삼성이 1위 수성을 위해 거액을 들여 확보한 '삼성 페이'(모바일 전자결제)나 '스마트씽즈'(사물인터넷)와 비슷한 기술을 구글도 이번에 내놓았다. 이 기술로 무장한 중국·인도의 젊은 기업들은 삼성을 재빨리 추격할 태세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투자가는 "더 많은 사람이 구글의 기반 기술(플랫폼)을 이용해 창업에 나설수록 구글의 경제 영토는 더욱 넓어져 막대한 수익을 낸다"면서 "대리자들의 경쟁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구글의 사업 모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