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와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일동제약 지분을 늘리며 경영 참여를 시도했던 녹십자가 보유 지분 전량을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에게 넘기기로 했다.

녹십자는 녹십자 홀딩스와 녹십자 셀을 포함해 관계사가 가졌던 일동제약 주식 735만9773주(29.36%)를 윤 회장에게 매도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처분 예정일은 오는 7월 29일이다.

녹십자는 지난 2012년 환인제약이 보유하던 주식 177만주를 사면서 지분을 15.35%로 늘리고 일동제약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2014년 1월 다시 3대 주주이던 이호찬씨 등이 보유한 지분 12.4%를 사는 등 지분을 29.36%까지 늘렸다.

이후 녹십자는 일동제약 경영에 참여하려고 시도했다. 실제 지난해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올 초에는 이사회에 자사가 추천하는 인사를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며 본격적인 경영 참여 의지를 보였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은 없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인수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펼친 끝에 녹십자의 이사회 진입 시도는 무산됐고,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을 팔 가능성이 제기되던 상황이다.

녹십자는 이번 매각이 북미와 중국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사업을 가속하기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북미에서 혈액제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캐나다에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녹십자와 일동제약이 서로의 전략을 존중해 양사가 윈윈 하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자산효율화를 통해 녹십자의 핵심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지분 매각으로 녹십자는 막대한 차익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제출된 녹십자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녹십자가 보유한 일동제약 주식의 689만주의 장부가액은 주당 9943원이다. 녹십자 홀딩스는 1만2500원에 약 22만주를 보유했고, 녹십자셀도 주당 1만1100원에 25만주를 보유 중이었다.

이들은 일동제약 지분을 주당 1만9000원에 매각했다. 총 매각 대금은 1398억원 규모다. 총 취득원가가 740억원임을 감안하면 이자비용 등 취득과 보유에 들어간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약 660억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앞으로 회사 발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중장기 전략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