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식당 경쟁 치열해지며 도입 식당 늘어

정부청사가 경기도 과천에 있을 때 청사 주변 대부분의 식당들은 부처별, 과(課)별로 된 여러 개의 외상 장부를 갖고 있었습니다. 정부청사가 과천에서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외상 장부는 거의 사라졌는데요, 최근 청사 주변 일부 식당에 외상 장부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식당에 외상 장부를 만드는 이유는 부서 운영비나 특근비 등이 과 카드로 한 달에 한번씩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공무원들은 과 회식이나 공식적인 업무를 할 때 이 카드를 쓰는데, 카드는 1~2장이고 사람은 여러 명이다 보니 모든 사람이 과 카드를 쓸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각자 외상을 달아 놓고 돈이 들어오는 날 한 사람이 과 카드로 여러 식당의 외상값을 갚는 것입니다.

정부청사가 과천에 있던 시절엔 외상값을 잘 갚지 않는 부처 때문에 여러 식당이 속앓이를 해야 했습니다. 한 식당은 공무원들이 외상값을 갚지 않는다며 부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정부청사가 과천에서 세종으로 내려올 때는 외상값을 떼일까 걱정하는 식당이 늘자 청와대까지 나서서 각 부처에 “외상값을 정리하라”고 지시할 정도였습니다.

세종시에서도 외상 장부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식당 주인들은 불편한 기색입니다. 외상 장부를 두고 있는 한 식당 주인은 “각 부처가 외상값을 제때 갚느냐”고 물어보자 “그럴 리가 있겠느냐”며 쓴웃음을 짓더군요. 최근 세종청사 주변에는 새 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있어서 식당끼리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무원 손님을 잡기 위해선 울며 겨자 먹기로 외상 장부를 운영하는 곳도 있을 겁니다.

신분이 확실한 공무원들이 일부러 외상값을 안 갚는 일은 없을 것으로 믿습니다. 하지만 인사가 나거나 조직이 개편되면 본의 아니게 외상값을 제때 못 갚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과천만큼 외상 장부가 활성화되지 않아 공무원들이 불만이라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외상 장부가 꼭 필요한 것인지 식당 주인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