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가 앞으로 2~3년은 더 이어지면서 한국 제조업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9일 아시아금융학회와 공동으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초(超)엔저의 전망과 파장 및 대응과제' 세미나를 열고, 최근 엔화약세가 이어지는 데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대응 방안 논의를 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앞으로 2∼3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한국 수출기업들의 실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1997년과 2008년의 금융위기가 재연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약세 장기화에 따른 일본 기업의 이익 확대가 일본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의 제품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박 팀장은 이어 “엔화 약세 이후, 한국과 일본 자동차와 철강업체들의 영업이익 흐름이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며 “일본 내 자동차와 철강업체의 경우,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한국 기업들의 이익은 정체돼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올해 하반기 중에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국내 수출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100엔당 924원)을 밑도는 8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의가 수출기업 300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일본과 거래시 감내할 수 있는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평균 924원이었다. 업종별로는 철강이 963원으로 가장 높았고, 석유화학(956원), 기계(953원), 음식료(943원), 자동차·부품(935원), 조선·기자재(922원), 반도체(918원) 순이다. 5월 말 현재 환율(100엔당 894원) 상황에서는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대부분의 업종에서 상실한 셈이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연구실장은 “일본기업들의 공격적인 수출 단가 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엔화약세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그동안 수출단가를 인하하지 않았던 섬유, 기계, 운송장비 산업을 중심으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무분별한 자본 유입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 ‘질서 있는 외환시장 개입’, ‘불황형 흑자 교정을 위한 내수 진작’, ‘적합한 환율제도 모색’, ‘국제금융외교 강화’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