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당뇨병연맹은 세계 당뇨병 환자가 2013년 3억8200만명에서 2035년 5억92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뇨병의 근원적 치료 방법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다른 사람의 췌장이나 췌도를 이식하는 것이지만,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대 과학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대신 '이가 없으면 새로 이를 만드는' 세상을 가능케 했다. 췌도 기증자가 없으면 동물에게서 얻거나 인공으로 만드는 식이다. 몸이 고장 나면 그 부분만 바꿔 쓰는 '인체 대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당뇨 환자의 복덩어리 미니 돼지

인체 일부분을 외부에서 새로 만들어 대체하는 방법은 크게 생물학적 방법과 기계전자식으로 나눌 수 있다. 생물학적 방법의 대표 주자는 미니 돼지를 이용한 이종(異種) 장기 이식이다.

다 자라도 몸 크기가 일반 돼지의 3분의 1에 불과한 미니 돼지의 장기는 사람 장기와 거의 같은 크기다. 문제는 면역 거부반응이다. 과학자들은 먼저 사람 몸에서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전자를 바꾼 미니 돼지를 생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박정규(서울대 의대 교수)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은 "심장이나 간을 통째로 이식하는 것은 면역 거부반응을 다 잡아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혈액과 접촉하는 부분이 적어 면역 거부반응이 덜한 췌도나 각막 이식은 2~3년 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1년 서울대 의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삼성서울병원이 미니 돼지의 췌도를 당뇨병 원숭이에게 이식해 6개월 넘게 인슐린 주사 없이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박 단장은 "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은 영장류 8마리 중 5마리 이상의 혈당이 6개월 이상 정상으로 유지되면 사람에게 임상 시험을 해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이다. 이종 장기를 이식하면 동물만 있는 질병이 사람에게 옮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이식 환자는 장기간 추적 검사를 해야 한다. 모두 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권복규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법 초안을 만들고 나서는 손을 놓고 있어 임상 시험을 못 하고 있다"며 "자칫 기술을 개발하고도 사장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래픽 김충민 기자

사람 몸으로 들어온 로봇, 3D 프린터

기계전자식 방법은 로봇 팔다리가 가장 유명하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실제 팔다리처럼 생각대로 움직이는 로봇 팔다리가 개발됐다. 뇌가 동작 신호를 내리면 신경을 거쳐 팔다리 근육을 움직인다. 과학자들은 팔다리 신경을 다른 곳으로 연결해 그쪽 근육이 움직이면 이를 전기신호로 바꿔 로봇 팔다리를 작동하게 했다. '신경 우회' 전략인 셈이다.

물론 아직 생각대로 움직이기까지는 엄청난 훈련이 필요하다. 미 에머리대에서 로봇 팔을 이식한 한 20대 여성은 훈련 과정을 "점점 말라가는 콘크리트에 박힌 손을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묘사할 정도다. 동작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신경과 근육, 로봇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MIT의 휴 허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에서 동작 신호를 포착해 로봇 팔다리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촉감을 느끼는 로봇 팔다리도 개발됐다. 로봇 의수의 끝에 압력 센서를 붙이고 이 신호를 뇌로 보내면 로봇 손으로도 물건을 집는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연구실 수준에서만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3년쯤 지나면 상용 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3D 프린터도 대체용 신체 제작에 쓰이고 있다. 3D 프린터에 잉크 대신 살아 있는 세포를 넣고 층층이 쌓아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처음엔 생분해성 주형(鑄型)에 세포를 뿌리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말랑말랑한 묵 같은 물질과 함께 세포를 뿌려 직접 모양을 만들고 있다. 2013년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재생의학연구소는 3D 프린터로 실제 크기 신장 표본을 찍어내 화제가 됐다. '네이처'지에 따르면 인체 3D 프린팅 시장은 매년 30%씩 성장해 지난해 5억3700만달러(약 5930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현재 시장은 대부분 손상된 두개골이나 손가락뼈를 대체할 고분자 뼈, 또는 티타늄 고관절을 찍어내는 것이다. 기관지를 받치는 부목을 찍어내 인체에 이식한 적은 있지만 아직 살아있는 세포로 찍어낸 장기를 이식한 적은 없다. 2013년 미국에서 신장 3D 프린팅 연구에 참여한 강현욱 울산과기대 교수는 "구조가 간단한 귀나 코, 방광은 머지않아 이식이 가능할지 몰라도 구조가 복잡한 장기는 아직 기초 연구 단계"라며 "지금은 장기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모세혈관을 어떻게 만들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