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기장이 운항 중인 비행기의 '문 열림' 경고등(燈)이 들어왔는데도 승무원에게 출입문 핸들을 붙잡고 운항하게 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는 이런 엉터리 조치를 하고도 결함 내용을 항공일지에 기재하지 않은 이유로 자격정지를 당한 이스타항공 기장 조모씨가 국토부를 상대로 항공종사자 자격증명 효력 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조씨에게 패소로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1월 9일 인천공항에서 청주공항으로 가는 이스타항공 비행기의 뒷문이 열렸다는 경고등이 2차례 켜졌다. 기장인 조씨는 객실승무원에게 뒷문 핸들을 잡고 비행하도록 지시했고, 이러한 결함 사항을 항공일지에 기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토부로부터 30일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조씨는 "경고등이 켜졌다가 저절로 꺼져 객실승무원에게 뒷문을 확인하도록 했을 뿐, 핸들을 잡게 한 상태로 운항한 사실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씨가 사건 다음 날 회사 안전보안실에 보낸 이메일을 근거로 조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메일에는 '이륙 후 경고등이 들어온 후 2~3초 후에 바로 꺼짐. 승무원들에게 방송해 잠긴 상태를 확인해보라고 함. 잘 닫았다는 보고 받았지만, 1분 후 다시 경고등이 들어와 청주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착륙할 때까지 문을 잡고 가도록 지시함'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재판과정에서는 조씨가 운항한 비행기가 청주에 도착하고 나서도 제대로 된 정비를 하지 않아 제주로 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경고등이 들어왔고, 제주에서 다시 김포로 향할 때는 아예 출입문에 테이프를 붙인 채 운항했고, 이후 이스타항공 측이 사무장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작성한 안전보고서를 삭제하려고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회사 측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를 본 항공사 직원이 국토부에 제보하면서 밝혀졌다.

재판부는 "항공기의 기계적 결함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대형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국토부의 자격정지 처분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국토부 측 변호사는 "항공기 사고의 위험성을 감안하면 조씨에 대한 제재는 오히려 가벼운 것인데도 조씨는 소송을 냈고, 이스타 항공도 소송을 적극 지원했다"면서 "이들의 행동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