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28)가 빅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다. 강정호는 28일(한국 시각) 마이애미 말린스와 벌인 미 프로야구(MLB) 홈경기에서 5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5대2 승리를 이끌었다. 9경기 연속 안타 행진도 이어갔다. 파이리츠는 6연승을 달렸다. 강정호는 '최고의 수훈선수(player of the game)'에 선정됐다.
◇기립박수 받은 강정호
강정호는 이날 중요한 승부처에서 네 번째 타석에 섰다. 3―2로 앞선 7회말 2사 만루 상황이었다. 파이리츠는 0―2로 끌려가다 7회말 역전에 성공했고, 승부를 굳히기 위해서 달아나는 점수가 필요했다.
앞선 세 번째 타석까지 무안타에 그쳤던 강정호는 상대 투수 카터 캡스와의 승부에서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캡스의 5구째 시속 98마일(약 158㎞) 직구를 밀어 쳐 외야 우중간으로 뻗는 타구를 만들었다. 2루와 3루 주자가 가볍게 홈을 밟았다.
강정호의 적시타가 터지자 내·외야 가릴 것 없이 많은 홈팬이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날 PNC파크엔 3만3000여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강정호는 "주자가 득점권에 있으면 꼭 타점을 만들어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연승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올 시즌 득점권이 아닐 때 타율(0.310)보다 득점권 타율(0.321)이 더 높다. 특히 2사 후 득점권 타율은 0.385에 달한다. 클린트 허들 파이리츠 감독은 "강정호가 타점을 뽑아내는 재주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이젠 어엿한 주전
강정호는 어느새 주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달 들어 팀이 치른 24경기 중에서 17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타석 기회를 늘리면서 타격감도 물이 오르고 있다. 개막 후 지난달까지 타율이 0.269(26타수 7안타)에 그쳤지만, 이번 달 타율은 0.329(73타수 24안타)로 치솟았다. 규정 타석엔 모자라지만 이날 선발 출전한 파이리츠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타율 3할이 넘는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수비 실력에 대한 의문부호는 없어진 지 오래다.
한때 타격이 부진하자 '마이너리그행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현지 분위기 역시 180도 바뀌었다. 연일 칭찬 일색이다. 피츠버그 지역 언론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이날 '5월의 파이리츠 MVP(최우수선수)'를 묻는 자체 설문조사에서 강정호가 20%의 득표를 얻어 공동 2위를 차지했다는 결과를 전하며 "강정호가 매우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설문조사에서 투수 게릿 콜이 60%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야수 중에선 강정호가 유일하게 지지를 받았다.
같은 날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3경기 만에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터뜨렸다.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233에서 0.239로 올랐다. 레인저스는 3대12로 패하며 7연승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