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소식이 나온 이후 삼성그룹주의 주가가 엇갈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떨어지고 제일모직삼성물산, 삼성SDS는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관 투자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그룹주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과정에서 주가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백재열 삼성그룹주펀드 책임 매니저는 "합병이라는 이벤트가 나온 만큼 삼성그룹주 기업 가치 산정을 다시 하고 있다"며 "매니저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도 제각각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만 빼고 삼성그룹주 상승

합병이 발표된 26일 이후 사흘간 제일모직은 13%, 삼성SDS는 24%가량 올랐다. 올 들어 주가가 10% 정도 떨어졌던 삼성물산도 이 기간 주가가 반등했다. 15%가량 올랐다. 삼성전자만 3.0% 정도 떨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 주식을 1000억원어치 매도했다. 대신 삼성SDS를 샀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043억원과 1507억원어치의 삼성SDS주식을 매수했다.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다음 수순이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지분 확대가 그룹 승계의 핵심인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삼성SDS를 합병시키는 방안이 가장 손쉬울 것이라는 이유에서 두 회사의 합병을 점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할 때"라며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대주주와 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이 1.8%포인트 정도 늘어나고, 좀 더 안정적인 지배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종목의 합병을 전망하면서 왜 삼성SDS를 사고, 삼성전자를 파는 걸까? 증시 전문가들은 보통 두 상장사 간의 합병이 진행될 경우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종목에 유리한 쪽으로 합병이 진행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를 매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의 대주주 지분율은 19.06%이지만 삼성전자의 대주주 지분율은 3.90%다. 이룸투자자문 조세훈 대표는 "삼성SDS의 대주주 지분이 높기 때문에 삼성SDS의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합병이 진행되면 지배 구조 문제가 해소되면서 기업 가치가 더 좋아질 것이란 분석에 따라 올랐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환매 이어지는 삼성그룹주펀드… 액티브보다 차라리 인덱스

증시에서 삼성그룹주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삼성그룹주 펀드의 상황은 좋지 않은 편이다. 올 들어 삼성그룹주 펀드에서는 3500억원가량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중소형주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탓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12%지만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은 8% 정도다.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펀드보다 특정 지수나 주가를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가장 수익률이 좋은 펀드는 한국투자KINDEX삼성그룹주ETF였다. 올 들어 12%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 펀드는 삼성그룹 계열사를 동일한 비중(5~6%)으로 투자해서 수익을 내도록 만든 펀드다. 백재열 매니저는 "삼성그룹 계열사를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하다 보니 삼성SDS 등 제일모직의 편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그 덕분에 수익률이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