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대폰 매장에서 팔리는 제품 10대 중 3~4대는 저가(低價)폰이다. 처음부터 20만~30만원대로 출시된 보급형도 있지만, 고가(高價)의 프리미엄폰으로 나왔다가 출시 1~2년 만에 실제 구매가격이 10만원대 이하로 뚝 떨어진 제품도 있다.

정부가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난 제품에 대해서는 보조금 상한(33만원)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성능도 괜찮은 구형 폰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한 통신 대리점 관계자는 "처음에 최신 폰을 사려고 왔던 고객도 구형 폰이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고 마음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신 폰과 비슷한 성능에 가격은 3분의 1

현재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6'를 사려면 5만원대 요금제(SK텔레콤 기준)에 가입해 보조금 할인을 받아도 약 70만원을 줘야 한다. 하지만 2년 전에 나온 '갤럭시S4 LTE-A'는 보조금을 받으면 8만9000원에 살 수 있다. LG전자의 최신 폰 'G4'도 5만원대 요금제에서 65만원을 줘야 하지만, 출시된 지 2년이 채 안 된 'G2'는 3분의 1 수준인 21만원이면 손에 쥘 수 있다.

이동통신·제조업계 분석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고가 80만원 이상인 프리미엄폰의 판매 비중은 60%에서 53%로 감소했다. 55만원 미만의 저가폰 시장이 26%에서 34%로 증가했다. 중가폰(55만~80만원 미만)은 큰 차이가 없었다(14%→13%).

'최신폰 공짜'와 같은 이벤트가 사라지면서 실(實) 구매가가 높아진 데다 정부가 작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하면서 강력한 보조금 단속을 편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저가 프리미엄폰'이 이런 추세를 선도하고 있다. 정부는 출시 15개월이 지난 휴대폰에는 보조금 상한선을 적용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2014년 2월 이전에 출시된 삼성 갤럭시S4·갤럭시노트3, LG전자의 G2·G프로2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제품들은 출시한 지 1년 3개월이 지나면서 출고가가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은 신모델이 나오면 기존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출고가를 낮춘다. 여기에 보조금까지 더하면 실 구매가는 10만~20만원대로 더 내려간다.

통신업계에선 다음 달 삼성 갤럭시 S5를 둘러싼 '반짝 대란(大亂)'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3월 출시된 이 제품은 다음 달이면 15개월이 돼 통신사들이 필요에 따라 보조금을 50만원씩 주고 공짜폰으로 풀어도 되기 때문이다.

제조사엔 구형 폰은 '계륵'

구형 폰이 최신 폰 못지않은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최근 1~2년 새 나온 스마트폰은 성능이 거의 상향 평준화됐다.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반도체, 카메라 화소(畵素) 등에서 일부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인 사용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 수준이다. 출시 당시에 최고 사양의 부품을 적용한 프리미엄 모델이기 때문이다. 최근 '갤럭시S4 LTE-A' 제품을 구매한 직장인 박모(33)씨는 "출시된 지 2년 된 폰인데도 사람들이 얼핏 보고 '이번에 새로 나온 거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구형 폰이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생명력도 길어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신 스마트폰의 판매 주기가 이전에는 12개월 정도였다면 지금은 15~18개월 정도로 길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선 저가에 팔리는 구형 프리미엄폰이 먹을 게 별로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鷄肋)' 같은 존재다. 제조 원가가 비싸서 마진이 높지 않은 데다 최신 폰의 구매 수요를 잠식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갤럭시S5·S6와 갤럭시노트4를 제외한 구형 모델을 사실상 단종(斷種)시켰다. 추가 생산 계획도 없다. 남아 있는 재고가 다 떨어지면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뜻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구형 폰의 경우 출고가를 낮춰 판매를 늘릴 수는 있겠지만 실제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대량판매 목적으로 구형 폰을 추가 제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