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혜 마인드퀘이크 대표, 권선주 블루클라우드 대표와의 질의응답 시간.

“남녀 직원의 비율을 맞추는 것은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입니다.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나누는 회사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래서 구글 캠퍼스는 여성의 창업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오토웨이타워 지하 2층에서 사라 드링크워터(Sarah Drinkwater) 구글 캠퍼스 런던 총괄과 20여명의 아기 엄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알록달록한 원색의 매트가 바닥에 깔렸고,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기들이 그 위에서 놀기 시작했다. 유모차를 타거나 노리개 젖꼭지를 물고 있는 아기도 보였다. 엄마들은 편하게 몸을 누일 수 있는 대형 쿠션에 기대거나 뒤쪽에 따로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구글 캠퍼스 서울 입구.

자유롭게 뒹굴며 노는 아기들을 가운데 두고 설명회가 진행된 것이다. 설명회의 제목은 ‘엄마를 위한 캠퍼스 프로그램(Campus for Moms)’. 일반적인 창업지원기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구글 캠퍼스 서울 관계자는 “프로그램 진행 시간 역시 아기 엄마들이 가장 참석하기 편한 오전 시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구글 캠퍼스 서울은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이 운영하는 창업지원기관이다. 지난 8일 아시아 처음으로 서울에 오픈했는데, 특히 여성 및 엄마 창업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는 사라 드링크워터 총괄 외에도 김선혜 마인드퀘이크 대표, 권선주 블루클라우드 대표 등 성공한 국내 엄마 창업가들이 발표자로 나서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했다.

구글 캠퍼스 서울 로비. 안내 데스크에서 회원 카드를 발급 받은 후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 수유실에 아이 돌봄 서비스까지..여성 창업가들 편의 고려

여성 창업가를 위한 배려는 캠퍼스 서울의 공간 구성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카페, 기업 입주 공간, 공동 작업 공간, 회의실, 이벤트 홀 등 기본 공간 외에 ‘mother’s room’이라고 이름 붙인 수유실이 따로 마련돼 있는 것이다.

구글 캠퍼스 서울에 마련돼 있는 mother’s room.

수유실에는 편안한 소파와 작은 탁상, 은은한 조명이 갖춰져 있다. 소파 앞에 커튼이 있어 수유중에 다른 사람이 문을 열더라도 방해 받지 않는다. 작은 식기나 손을 씻을 수 있는 싱크대, 소형 냉장고가 있으며 아기를 누이고 기저귀를 갈 수 있도록 기저귀 교환대도 마련돼 있다.

mother’s room에 소파, 기저귀 교환대, 싱크대 등이 갖춰져 있다.

이런 시설과 프로그램은 전세계 구글 캠퍼스에 모두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이스라엘에 위치한 캠퍼스 텔아비브에서 처음 시작됐고 캠퍼스 런던으로 확대돼 큰 호응을 얻었다. 전세계 구글 캠퍼스에서 지금까지 총 300명 이상의 엄마와 아빠(비율 10%)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00개가 이상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구글 캠퍼스 서울에 마련돼 있는 공동 작업 공간. 뒤편에 유리문으로 구분돼 있는 공간은 회의실이다.

서울에서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엄마 창업가들은 아기 놀이 공간 및 돌봄 서비스도 지원 받게 된다. 18개월 미만의 아기를 데리고 나와 비지니스 플래닝, 제품 개발, 마케팅, 펀딩 등과 같은 체계적인 창업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은 오는 6월 17일부터 7월 15일까지 5주간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빈브라더스가 운영하는 캠퍼스 카페.

여성 스타트업 관계자들과의 조찬, 여성 멘토들과의 1대 1 멘토링 등 여성 창업 관련 프로그램도 많이 개최되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1대 1 여성 멘토링이 대표적이다. 20분씩 3개의 섹션으로 나눠져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는 메리 그로브(Mary Grove) 구글 본사 창업지원팀 디렉터, 사라 드링크워터 캠퍼스 런던 총괄, 이지혜 퍼스트블룸(First Bloom) CEO, 임수진 더벤처스 심사역,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심사역 등 여성 스타트업계 인사들이 멘토로 나섰다.

사라 드링크워터 캠퍼스 런던 총괄이 1대 1 여성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 캠퍼스 교환 프로그램..해외 교류 활발

글로벌 IT 기업이 운영하는 장소인만큼, 해외 교류 프로그램이 활발하다는 것도 캠퍼스 서울의 특징이다. 지난 4월 16일엔 미국 최대 IT 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와 함께 밋업(Meetup) 행사를 개최 했는데, 홍익대학교 앞 aA 뮤지엄에 1300명 이상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자리엔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실리콘밸리 투자회사인 500스타트업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구글 캠퍼스 서울 입주사들의 이름이 한쪽 벽면에 걸려 있다.

세계 다른 지역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와 교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특정 기간 동안 입주 기업들이 캠퍼스 영국, 캠퍼스 텔아비브 등 다른 지역 캠퍼스를 체험하는 제도다. 캠퍼스 서울 입주기업인 원티드의 황리건 공동창업자는 “아는 사람을 회사에 추천해주고 채용됐을 때 보상금 받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캠퍼스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세계 각지의 잠재적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 공동창업자는 “구글은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인식이 좋고, 개발자 관련 행사도 많이 한다”며 “글로벌 캠퍼스와 연계한 채용 등 사업적 측면에서도 잘 맞아 이곳에 입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구글 캠퍼스 서울 입주해 있는 원티드의 공동 창업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다른 입주기업인 아씨오(ACCIIO)의 윤동희 대표는 “구글 캠퍼스 서울이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창업을 위한 팀을 만들었다”며 “첫 서비스 타깃을 미국으로 잡고 있는데, 구글 캠퍼스의 좋은 네트워크와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윤동희 아씨오 대표가 캠퍼스 서울 입주 기업 공간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캠퍼스 서울에는 현재 총 8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스타트업 외에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회사인 500스타트업도 이곳에 한국 사무실을 두고 있다.

◆ 임정민 총괄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이 목표”

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은 구글 창업가 지원팀의 목표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생태계 전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 지고 지역 경제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면 구글의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 임 총괄은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마루180, 카페 운영업체인 빈브라더스 등 여러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캠퍼스 서울 메인 이벤트 홀.

여성 및 엄마 창업가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선 “캠퍼스 오픈 초기이기 때문에 의도를 가지고 진행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경력 단절 여성들의 기본적인 자질이 훌륭하기 때문에 조금만 도와주면 쉽게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글 캠퍼스 서울 강의실.

글로벌 교류도 강조했다. 임 총괄은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스타트업이 아시아로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다”며 “글로벌 창업가들이 한국에 스타트업을 만들면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